국회가 2일 밤 본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정전협정 위반행위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가결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상정이 보류됐다. 연합뉴스
국회가 결국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시한(2일 자정까지) 안에 처리하지 못했다. 원내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의 원내대표들은 2일 아침부터 밤까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여야 쟁점 사안에 대해 담판을 벌였지만 합의안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국회는 이날 밤 9시를 넘겨 본회의를 열어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내년도 예산안을 제외하고, 부가가치세법 개정안 등 일부 예산 부수법안들을 먼저 처리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협상이 불발된 뒤 기자들과 만나 “법정 시한을 지키려고 최대한 노력했는데 지킬 수 없게 되어 국민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일자리 안정자금 등에서 이견이 컸고, 조율이 안 됐다”고 말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공무원 증원 숫자를 놓고 합의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여야는 최대 쟁점이었던 경찰·집배원·사회서비스 분야 등의 현장공무원 충원 예산의 경우, 정부안보다 공무원 증원 규모를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논의를 진행했다.민주당은 내년도 국가직공무원 신규 충원 규모를 1만2221명(정부안)에서 2천여명 정도 줄일 수 있다는 타협안을 냈지만, 자유한국당은 5천여명, 국민의당은 3천여명을 줄여야 한다고 맞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영세사업장의 부담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의 경우 야당이 내년 1년만 한시적으로 관련 예산을 투입하자고 주장해 의견 접근에 난항을 겪었다. 노인 생계지원을 위해 내년 4월부터 기초연금을 인상하려는 정부안과 관련해선, 자유한국당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급 시기를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10월로 미뤄달라고 요구해 여야가 지급 시기를 두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내년 7월부터 새롭게 지급하기로 한 아동수당(만 0~5살)의 경우, 여당은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소득수준 상위 10% 가정의 아동을 제외하는 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이 지급 시기를 역시 지방선거 이후로 더 늦추라고 제안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초고소득자의 세금을 인상하자는 정부·여당의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선 여야가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야당이 소득세 인상을 1년 유예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며, 초고수익 기업에 대한 법인세의 경우 과표구간과 인상 폭을 두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여야는 오는 4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 처리를 다시 시도한다는 계획이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쟁점들 때문에 예산안 처리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올해 정기국회는 9일에 종료된다. 송호진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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