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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박지원 계란 맞은 날, 안철수의 결론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등록 2017-12-10 20:19수정 2017-12-10 21:51

목포 찾은 국민의당이 보낸 ‘극한 하루’
이봉주 선수와 기념사진을 찍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때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이봉주 선수와 기념사진을 찍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때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가기 전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만약 불상사가 나면 제2의 정원식밀가루사건, YS광주유세사건처럼 번지는 것을 우려했다”며 안철수 대표에게 호남 방문 취소를 권유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과의 통합론과 박주원 최고위원의 ‘DJ 비자금 제보’ 의혹으로 악화된 호남 여론을 감안해달라는 것이다. 불상사가 우려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안 대표는 가기로 했다. 예상과 달리 계란을 맞은 것은 박지원 의원이었다.

우려와 달리 시작할 때 분위기는 좋았다. 새벽에 내리던 비도 9시 행사 시작에 맞춰 갠 뒤였다. 제1회 김대중마라톤대회 홍보대사 이봉주 선수와 안 대표는 전남 목포 김대중기념관 앞 행사장에서 사진을 찍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안철수 파이팅”을 외치는 이들도 간간이 있었다. 그런데 안 대표와 박지원 의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무대에 오른 뒤 한 남성의 외침이 들렸다. 50~60대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김대중 대통령 비자금 공갈로 다 저기해놓고 여기가 어디라고 와? 안철수 간신배 같은 사람이다. 안철수 물러나라! 간신배 물러가라! 김대중 선생 욕먹이는 거야. 안철수 간신배 물러나라!”

이에 질세라 곧바로 한 60대 여성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박지원 물러나라! 이 개XX. 나라 팔아먹을 놈! 이 개XX! 간신배 개XX 물러나라.”

박지원 의원을 향해 계란이 날아오기 직전.
박지원 의원을 향해 계란이 날아오기 직전.

두 사람 외에 큰 소란은 없었다. 소동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마라톤 참가자들이 출발선 앞에 서고, 안철수·박지원·우원식 등이 출발 선언을 하러 그 옆에 나란히 섰다. ‘5·4·3·2·1’ 카운팅을 외치는 사이 박 의원의 오른쪽 뺨으로 계란 한 알이 날아들어 깨졌다. 뒤에서 날아온 것이었다. 카메라 기자들이 맞는 순간을 영상에 담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던진 사람은 아까 욕설을 뱉었던 60대 여성이었다. 바로 자리를 뜬 여성을 주위 사람들이 다시 박 의원 앞으로 데려왔다. 그는 “진짜 이러지 마세요. 영혼과 양심까지 팔아먹지 마시고. 나한테는 박지원, 좋아하고 사랑한 사람 중에 하나였어요”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계란을 맞고 닦아내고 있는 박지원 의원.
계란을 맞고 닦아내고 있는 박지원 의원.
박지원 의원은 미소를 유지하며 차분히 계란을 닦아냈다. 박 의원은 옆에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우원식이 맞아야 할 거를 내가 대신 맞았다니까”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차량으로 이동하던 그는 기자들에게 “괜찮다. 내가 맞아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누군가가 옆에서 “지시받고 던진 것 같다”는 취지로 언급하자 박 의원은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아직 얼굴에 계란 노른자가 묻은 상태였다. 옷에 튄 계란이 묻은 기자도 있었다. 현장을 방문한 당직자들 사이에서 곧 계란을 던진 사람의 신원이 특정되기 시작했다. 광주의 안철수연대팬클럽 회장 박아무개씨라고 했다. 한 관계자는 “광주의 안 대표 지지자로 안 대표가 광주에 행사가 있을 때 종종 오는 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계란은 먼저 던지는 자가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란이 발생하고 마무리되는 사이 안 대표는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마라톤 5km를 뛰고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10등 안에 들었다고 한다.

오후 일정을 위해 목포에서 광주로 이동했다. 국민의당 광주시당에서 주최한 ‘연대-통합 혁신을 위한 토론회’ 였다. 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도 긴장감이 팽배했다. 이 곳에서 “‘친안’, ‘반안’의 세대결이 예상된다”는 얘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오후 2시 행사에 앞서 1시반 조선대에 도착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상황은 이미 벌어져있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반안파’ 관계자들이 안 대표 도착에 맞춰 펼침막을 준비해왔는데, ‘친안파’에서 이를 빼앗으려 한다며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반안파가 준비한 펼침막은 이런 내용이었다. “안빠들이 오냐오냐 후레자식 만들었다”, “바른당 찍고 자한당으로? NO! 안철수는 안랩으로”, “계란과 밀가루 찾냐? 철수 출당 부침개 부쳐먹었다”, “국민의당이 니 개인회사냐. 갑철수는 안랩으로 돌아가라.” 이들은 행사장 앞에서 펼침막을 펴고 “안철수는 물러나라”를 외쳤다. 이들 중에는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 반대’ 쪽 주최 행사에서 안 대표를 향해 “물러나라”고 외쳤던 이와 겹치는 이도 있었다.

앞줄은 '반안' 집회, 뒷줄은 '친안' 집회. 양 쪽의 외침이 겹쳐 결국 뭐라 말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앞줄은 '반안' 집회, 뒷줄은 '친안' 집회. 양 쪽의 외침이 겹쳐 결국 뭐라 말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친안 쪽 지지자들도 이에 지지 않았다. ‘광주·전남 변화와 희망 회원 일동’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이들은 “호남 맏사위, 안철수”, “광주 방문을 환영합니다” 펼침막을 들고 “안철수 파이팅”을 고래고래 외쳤다. 양 쪽 외침이 겹치며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 힘든 지경이 됐다. 안 대표 도착 시각이 가까워지자 광주시당 관계자와 ‘반안’ 쪽 관계자들 사이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소란을 뒤로 한 채 행사장에 입성한 안 대표는 어떤 말을 했을까. 그는 전날 목포에서 전남도당 당원 간담회를 가지며 “오해를 몇 가지 발견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첫째가 ‘바른정당이 영남당이다’”라고 소개하며 “바른정당 11명 의원 중에 7명이 수도권이다. 바른정당은 수도권 정당이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오해는 “바른정당이 적폐세력이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안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고 두 번에 걸쳐 자유한국당과 가까운 의원들이 다 나갔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세번째 오해는 ‘결국 자유한국당과 합하려는 것 아닌가’다”라며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호남 당원들과의 대화 뒤 그가 내놓은 얘기는 “오해 해소”였다. 이날 ‘계란 세례’까지, 우여곡절 끝에 호남 민심을 청취한 뒤 내린 결론은 결국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라는 것이다.

목포 광주/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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