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의 조카가 서류전형·실무면접에서 최하위권이었으나 임직원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합격하는 등 특혜 채용 의심 사례가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하나·국민 등 시중은행 2곳과 대구·부산·광주 등 지방은행 3곳에서 드러난 채용비리 정황 22건을 검찰에 넘겼다.
금감원은 31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은행권 채용 비리 검사 잠정결과 및 향후 계획’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검사에서 채용 비리가 의심되는 22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 가운데 하나은행이 13건, 국민은행과 대구은행이 각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이라고 심 의원에게 구두로 보고했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를 보면, 윤종규 케이비금융지주 회장의 조카는 서류전형 통과자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자 300명 중 273등을 했지만, 2차 면접에서 경영지원그룹 부행장(채용담당)과 인력지원부 직원이 최고 등급을 몰아줘 최종합격자(120명) 가운데 4등으로 합격했다. 부산은행의 경우 1차 면접 이전에 인사부가 비공식적으로 지원자를 면담해 가족관계 등을 파악한 뒤 은행장 등에게 보고해, 필기 및 1차 면접에서 여성 합격 인원을 임의로 늘려 전 국회의원의 자녀를 포함한 2명을 불공정하게 합격시킨 사례도 적발됐다. 하나은행에선 사외이사와 관련된 지원자가 필기 및 1차 면접에서 최하위 수준이었으나, 전형공고에 없던 ‘글로벌 우대’로 전형을 통과한 뒤 임원면접 점수도 임의로 상향 조정돼 합격했다. 하나은행은 또 임원면접 점수에서 불합격권이었던 계열 카드사 사장 지인의 자녀 면접 점수를 올려 최종합격시켰다. 하나은행은 불합격권이었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위스콘신대 등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을 합격시키려고 이들의 점수를 임의로 올려주고, 합격권이었던 수도권 대학 지원자 점수를 내리는 방법으로 합격자를 바꾸었다. 광주은행에선 인사담당 부행장보가 자신의 자녀 2차 면접위원으로 직접 들어가 고득점으로 합격시켰다. 금감원은 채용 비리 정황이 드러난 22건을 수사기관에 넘겼으며, 해당 은행들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윤종규 회장의 조카를 특혜 채용한 의혹이 드러난 케이비금융 쪽은 “채용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직원들은 정상적인 절차와 기준에 따라 채용됐다. 향후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호진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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