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취지대로 우리 사회에 이어지도록 우리 관심이 일회적인 호기심에 머물러선 안 된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당부와 함께 13년 전 검사장 출신 로펌 대표에게 당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2일 공개했다. 이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가해자가 “(내가) 변호사로 취업하려 했던 로펌 대표”였다고 밝힌 뒤 “(1차 피해) 이후에도 그분이 계속 전화했다. ‘잘못했구나’ 하고 숨어도 부족할 사람이 자신감을 갖고 계속 피해자에게 전화를 해대는 등의 2차·3차 위협을 하는 상황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그분은 내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었을 것”이라며 “피해 여성들은 명백하게 거부 의사를 표시하고 회피했는데도 그 상황을 공론화하거나 문제제기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그분에게)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상황을 당시 드러내지 못한 데 대해선 “(변호사)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검사장 출신 로펌 대표와 갈등을 빚을 경우 향후 취업 시장에서 내가 어떤 이득을 볼까. 많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사회 초년병인 내가 법조계에서 어떻게 버틸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왜 내가 더 강하게 그 자리에서 아니라고 얘기하지 못했을까란 책망과 아쉬움이 오랫동안 지배하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 의원은 검찰 간부의 성추행 사실을 밝힌 서지현 검사를 보고 13년 만에 피해 사실을 밝히는 용기를 냈다며 “(피해를 당한) 그날 그 사건의 사실 관계보다 이후에 왜 이렇게 긴 시간 (피해자들이) 말할 수 없었고 이제 와서 용기를 냈는지에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는 게 맞다”고 당부했다. 앞서 이 의원은 서 검사 폭로 직후인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사실은 미투(#MeToo), 변호사였을 때도 못 했던 일, 국회의원이면서도 망설이는 일. 그러나 #MeToo, 그리고 위드유(#WithYou)”라고 적어 ‘미투 운동’에 대한 연대와 동참 의사를 내비쳤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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