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사진 오른쪽)이 8일 저녁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북콘서트 현장을 찾아 양 전 비서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연대는 자연발생적”이고 “서울시장·경기지사가 연대의 입구, 호남이 출구”라며 6·13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선거연대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가 앞서 8일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북콘서트 현장을 찾은 것도 이런 ‘구애’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박 의원은 8일 양 전 비서관의 저서 <세상을 바꾸는 언어> 북콘서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평창겨울올림픽, 대북특사단 등 우리 국민들도 지금 ‘함께 가자’고 하기 때문에 개혁세력이 함께 가야 한다”며 “자연발생적으로 연대는 이뤄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제일 중요한 건 서울시장과 경기지사가 연대의 입구가 되는 것이고 나머지 호남이 출구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당) 통합까지는 아직 가면 안 된다”면서도 “4년 후에 반드시 정권 재창출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연대, 연합을 잘 하자”고 말했다. “이번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해서 보수와 중도개혁, 진보세력이 양분되는 것은 없고, 합쳐야 하지 않는냐(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씨줄, 날줄을 엮을 사람이 양 전 비서관”이라고 추어올리기도 했다. 양 전 비서관이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이기에 박지원 전 대표를 모시면 좋겠다고 해서 청한 것인데 ‘정계개편의 신호탄’이라는 이상한 기사가 나왔다”며 “정계개편을 할 거냐”고 농담처럼 묻자 “그렇게 될 것 같다. 박지원의 끈도 양 전 비서관과 연결시켜 좋은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박지원 의원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군불을 지피면서 양당이 선거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간다. 박 의원의 발언을 놓고 민주평화당에선 “당내에서 공식 논의는 없었다. (평화당 내) 지도부의 의견 교환은 있는 걸로 안다”(최경환 대변인)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연대 가능성을 일축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선거공학이나 야합은 통하지 않는다는 게 최근의 당내 분위기”라며 “당에서 누구든지 연대론을 언급하기만 해도 멸문지화를 당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춘석 민주당 사무총장도 “개인적으로 볼 때 (선거연대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지방선거 전까지는 어느 당과의 관계설정도 고려하지 않고 당과 인물, 정책, 가치로 평가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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