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세월호 7시간’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발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는 논평을 내놔 비판받았던 자유한국당이 “반성한다”며 하루만에 입장을 바꿨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29일 ‘세월호 7시간, 우리가 만든 제왕적 권력 앞에 스스로 무기력했던 모습을 반성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 “검찰이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어떤 이유로도 모두가 활기차게 일을 해야 하는 시간에 침실에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할 말이 없는 것”이라며 “건강하고 성실하지 못한 제왕적 대통령이 참모들을 보고서 작성에만 급급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국가 위기대응에 실패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대책 없이 우왕좌왕하는 소신 없는 비서진, 국가의 대재앙 앞에 비선실세와 회의를 해야 하는 무기력한 대통령이 결국 국민들께 거짓보고까지 하게 만든 모습이다”라며 “자유한국당은 우리가 만든 제왕적 권력 앞에서 스스로 무너져 견제하지 못했던 무기력함을 반성하며 국민들과 끝없이 소통하며 혁신 또 혁신을 통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새로운 보수로 태어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전날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홍지만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업무를 잘못했다고 탓을 했으면 됐지 7시간 난리굿을 그토록 오래 벌일 일이 아니었다”는 내용의 논평을 내놨다. 박 전 대통령이 참사 당일 아침 침실에 머물며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수사 결과에 대해 “업무를 잘못했다고 탓했으면 될 일”이라고 치부한 것이다. 홍 대변인은 “세월호 7시간을 탓하며 광화문에서 촛불을 태워 올린 그 많은 세력과 사람들은 무엇이냐”며 “국민들에게 그동안 세월호 7시간으로 세상을 농단한 자들을 주시하고 추적해야 한다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 농단’에 따른 탄핵에 대해선 “권력 정점에 있으면서도 그런 광풍을 저지하지 못해 수모를 당하고 결국 국정농단이란 죄목으로 자리에서 끌려내려온 박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집권 세력으로 국정 운영을 함께 한 여당으로서 반성은 커녕 ‘적반하장’식 입장을 내놓은 것이어서 비판이 잇따랐다.
논란이 일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당의 입장이 최종 조율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어젯밤 나간 홍 대변인의 논평은 상당한 내용을 수정해 다시 낼 예정”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앞서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지난 22일 김기현 울산시장 경찰 수사를 놓고 “미친 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논평을 냈다가 일선 경찰들의 거센 비판에 부닥치자 닷새만에 사과한 바 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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