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일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출범을 기념하며 두 당의 의원들에게 선물한 야생화 화분을 들고 웃고 있다. 야생화 화분에는 ‘봄이 옵니다. 노회찬’이라는 문구의 손팻말이 꽂혀 있다. 사진 정의당 제공.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국회 공동교섭단체로 등록한 2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어느 때보다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이날 두 당이 국회사무처에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약칭 ‘평화와 정의’) 교섭단체 등록을 마무리하면서 노 원내대표는 오는 5월까지 평화와 정의의 원내 사령탑을 맡게 됐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처음 국회에 입성한 뒤 14년간 비교섭단체 소속이었던 그가 처음 교섭단체를 이끌게 된 것이다.
노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와 함께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하는 것으로 평화와 정의 원내대표로서 첫 일정을 개시했다. 정 의장은 두 원내대표에게 “평화당은 최근에 창당했지만 정의당이 원내대표 회동에 제대로 참석한 적이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양 당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한 것은 참 좋은 일”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2013년 출범한 정의당이 교섭단체 중심의 배타적인 국회 운영방식 탓에 줄곧 원내 협상에서 소외된 점을 언급한 것이다. 정의당은 원내에 6개의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데도 비교섭단체라는 이유로 여야의 협상에 참여하지 못해 장외 투쟁을 벌이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 노 원내대표가 이날 아침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14년 전에 국회에 처음 등원했는데 오늘 교섭단체 대표로서 첫 회의에 참석하게 돼서 그때만큼 떨린다”고 말한 것도 그런 소회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가 긴장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안고 참석한 첫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주례회동은 ‘협상 결렬’로 마무리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제가 (교섭단체 등록을) 신고하는 의미에서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원내대표께 봄꽃 야생화 화분을 하나씩 보냈다”며 “여의도에도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민심과 국회의 괴리를 좁히겠다”고 말했지만 방송법 우선 처리를 주장하는 야권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처리를 주장하는 여당은 끝내 갈등의 폭을 좁히지 못했다.
교섭단체 4당의 협상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평화와 정의의 실험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평화와 정의 소속 의원들이 연 합동 의원총회에서 노 원내대표는 “오랜 기간 동안 경륜을 쌓으신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배우는 자세로 존중하면서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온종일 양 당 의원들을 만나며 다음 협상을 준비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노 원내대표가 당내 의원총회에서 원내 협상 전략을 세밀하게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교섭단체가 되면서 기대도 있지만 책임도 더 무거워진 데 대해 많이 긴장한 듯 보였다”고 전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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