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된 김아무개(48·인터넷 필명 드루킹)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출판사에서 취재진과 관계자가 이야기하고 있다. 파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민주당 당원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으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김아무개(아이디 ‘드루킹’)씨가 본인이 운영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에 “문재인 정권은 예수회 선서를 한 자들만으로 꾸려졌고 그들에겐 로마가 조국”이라고 말하는 등 황당한 주장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공모 안팎 관계자들은 “드루킹은 일본 대침몰설을 예언하는 등 사이비종교 교주처럼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16일 <한겨레>가 입수한 경공모 대화방 대화록을 보면, ‘드루킹’은 모임 회원들에게 문재인 정권을 ‘제수이트’(예수회원)로 규정하며 비판하고 있다. 그는 “(청와대가) 극소수의 예수회 선서를 한 자들만으로 정권을 꾸린 것”이라며 “박근혜 정권의 역린이 최순실이라면 문재인 정권의 역린은 제수이트”라고까지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독실한 천주교도라는 점을 들어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그는 또 이 대화록에서 정봉주 전 의원,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둘러싼 성폭력 폭로 역시 ‘청와대 기획’이라고 하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의 배후에 문 대통령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내놓기도 했다.
그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을 청탁한 배경도 다소 황당하다. 3년 전 경공모에 가입한 한 회원은 통화에서 “그가 오사카 총영사를 요구한 것은 일본이 대침몰할 때 이주민들에게서 나올 자산들을 우리 경공모의 공동체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선 뒤 김 의원이 청탁을 거부하자 ‘드루킹’은 회원들에게 수시로 김 의원을 헐뜯기 시작했다고 한다. 경공모의 또다른 회원은 “우리가 댓글 올린 기사를 김 의원에게 보냈는데, 김 의원이 답하지 않자, 드루킹이 ‘김경수가 답변을 안 한다. 배은망덕하다. 고맙다고도 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고 전했다.
‘드루킹’은 2014년 소액주주운동 단체인 경공모를 만든 뒤 “곧 대공황이 온다”고 ‘예언’하고 “경제위기가 오면 취약한 회사를 인수해 공동체 자금으로 쓰자”고 제안했지만 경제위기가 오지 않자 대통령 선거 등 정치 분야 이슈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경공모 회원은 “드루킹은 ‘예언’이 실현되지 않자 유력 정치인을 만나는 등의 방식으로 회원들에게 영향력을 과시했다”며 “민주당뿐 아니라 진보정당에도 줄을 대려 노력했다. 문재인 정권이 자신의 기여를 인정해주지 않자 확 돌아섰고 그런 모습에 회원들이 많이 이탈했다”고 말했다. 경공모 온라인 카페 회원은 2천여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의사 결정과 정보 공유에 참여할 수 있는 건 500여명의 ‘숨은 카페 회원’들이었다고 한다.
복수의 경공모 회원들은 “자발적인 선플 운동(좋은 댓글 달기)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한 회원은 “관심 기사가 채팅방에 올라오면 자발적으로 댓글 달기에 나섰다. 열심히 댓글을 달고 인증하면 회원 등급이 올라가기 때문에 분위기에 따라 움직였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은 ‘드루킹’이 운영하던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조직적인 댓글 활동을 벌였는지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느릅나무 출판사 건물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다는 제보를 접수한 뒤 수사를 의뢰했으나 검찰이 위법 사항을 발견하지 못해 불기소 처분했다.
회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느릅나무 건물에는 주로 20~30명의 경공모 스태프가 출입했고, 이곳에서 단체 관련 여러 활동이 이뤄졌다. 한 회원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드루킹의 강연이나, 비누·느릅차 판매 등 수익사업을 위한 제품 제작이 출판사 건물에서 이뤄졌다”고 했다. ‘드루킹’은 이런 수익사업을 통해 매달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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