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성완종 리스트’ 사건 관련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3년만에 여의도 정계에 돌아온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3일 “천안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 전 총리는 오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의 충남지사 후보, 천안 지역 재보선 차출설 등에 꾸준히 이름이 거론됐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정론관을 찾아 “한번도 자유한국당 최고 지도부로부터 출마 제안을 직접 받은 바 없다”며 “자칫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어,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묻지 않는 동시에 천안 재보궐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이 전 총리는 “당에서 요구를 하든 하지 않든, 후보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지방 어디든 찾아가 힘을 실어줄 예정”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당 내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전 총리는 특히 지방선거가 끝난 뒤 차기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당 지도부를 향해 “강력한 당내화합과 야권 통합”을 요구하며 “견제와 균형이라는 정치 본령을 지켜야 떠난 보수층들이 우리를 믿고 우리 당이 복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이러한 측면에서 6·13 지방선거 뒤 이런 것들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큰 꿈은 연탄가스처럼 슬며시 아무도 모르게 찾아온다”며 “용맹과 지략은 결코 관용과 너그러움을 이길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후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서 ‘큰 꿈’이 대통령 선거를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전 총리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 “충청 대망론은 살아있다”며 “저를 포함해 충청 대망론에 가 있는 분들이 많다. 앞으로 이 불씨를 꺼뜨리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이날 이 전 총리는 6·13 지방선거 때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느리고 신중한 충청도식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며 “구체적 직책은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홍 대표를 향해서는 “언행의 무거움을 느껴야 한다”고 고언했다. “홍 대표가 곧 우리 당의 얼굴이다. 천금같은 무거움으로 당을 인정받게 해 달라”는 것이다. 또 이 전 총리는 “홍 대표가 문제가 있더라도, 감싸주고 대표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방선거 전까지 당 내 단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엔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전 총리의 주장이다. 그는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지 못하면 떠난 민심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새로운 리더십 창출 문제는 지방선거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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