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과 역사적인 악수를 하면서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의 질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고 답했다. 두 사람이 5센티미터 높이의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가 되돌아오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신중한 화법으로 잘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과, 화통한 화법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가진 두 정상이지만 ‘평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눈앞에 둔 만큼 대화는 물흐르듯 이어졌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영상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브리핑을 통해 전달된 두 정상의 환담 내용을 대화록으로 재구성했다.
# 군사분계선에서의 첫 인사김 위원장: 안녕하십니까.
문 대통령: 예, 어서 오세요. 오시는 데 힘들지 않았습니까?
김 위원장: 뭐, 정말 마음 설렘이 그치지 않고요. 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만나니까, 또 대통령께서 이렇게 분계선까지 나와서 맞이해 주시니 정말 감동스럽습니다.
문 대통령: 여기까지 온 건 위원장님의 아주 큰 용단이었습니다.
김 위원장: 아이, 아닙니다.
문 대통령: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 반갑습니다.
문 대통령: 이쪽으로 오실까요? (김 위원장,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이동)
문 대통령: (김 위원장께선) 남측으로 오셨는데 저는 언제쯤 (북쪽으로)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김 위원장: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 (두 정상, 군사분계선 넘었다가 다시 건너옴)
# 의장대 사열 전후문 대통령: 외국 (손님들)도 전통의장대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오늘 보여준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습니다. 청와대로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 아, 그런가요. 대통령께서 초청해 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습니다.
김 위원장: (사열을 마친 뒤) 오늘 이 자리에 왔다가 사열을 끝나고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 그럼 가시기 전에 남북 공식 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함께 찍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2018.4.27
# 평화의집 입구김 위원장: (벽면에 걸린 민정기 화백의 <북한산> 그림을 가리키며) 이건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겁니까?
문 대통령: 서양화인데, 우리 동양적 기법으로 그린 겁니다.
# 평화의집 환담장
문 대통령: (환담장 벽에 걸린 김중만 작가의 <훈민정음> 작품을 소개하며) 이 작품은 세종대왕이 만드신 훈민정음의 글씨를 작업한 겁니다. 여기에 보면 ‘서로 사맛디’는 우리말로 ‘서로 통한다’는 뜻이고, 글자에 미음이 들어가 있습니다. ‘맹가노니’는 ‘만들다’라는 뜻입니다. 거기에 ‘ㄱ(기역)’을 특별하게 표시했습니다. 서로 통하게 만든다는 뜻이고, ‘사맛디’의 ‘ㅁ(미음)’은 문재인의 미음, ‘맹가노니의’ ‘ㄱ(기역)’은 김 위원장의 기역입니다.
김 위원장: (웃음) 세부에까지 마음을 썼습니다.
문 대통령: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습니까?
김 위원장: 새벽에 차를 이용해 개성을 거쳐 왔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아침에 일찍 출발 하셨겠습니다.
문 대통령: 저는 불과 52km 떨어져 있어 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김 위원장: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보회의)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 (웃음)
문 대통령: 김 위원장께서 우리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을 주셔서 앞으로 발뻗고 자겠습니다.
김 위원장: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불과 200미터(m)를 오면서 왜 이리 멀어보였을까, 또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습니다. 원래 평양에서 문 대통령님을 만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만난 것이 더 잘됐습니다.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보고 있습니다.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보면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전환담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문 대통령: 청와대에서 오는데 도로변에 많은 주민들이 환송을 해주었습니다. 그만큼 오늘 우리 만남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대성동 주민들도 다 나와서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우리 어깨가 무겁습니다.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문 대통령: (환담장 내 <장백폭포>, <성산일출봉> 그림을 가리키며) 왼쪽에는 장백폭포 그림이 있고, 오른쪽에는 제주도 성산일출봉 그림이 있습니다.
김 위원장: 문 대통령께서 백두산에 대해 저보다 더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문 대통령: 저는 백두산을 가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습니다.
김 위원장: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습니다. 평창 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합니다. 남측의 이런 환영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습니다.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
문 대통령: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6·15, 10·4 합의서에 담겨 있는데 10년 세월 동안 그리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달라져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습니다. 김 위원장께서 큰 용단으로 10년동안 끊어졌던 혈맥을 오늘 다시 이었습니다.
김 위원장: 기대가 큰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큰 합의를 해놓고 10년 이상 실천을 못했습니다. 오늘 만남도 그 결과가 제대로 되겠나느라는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짧게 걸어오면서 정말 11년이나 걸렸나,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우리가 11년간 못한 것을 100여일 만에 줄기차게 달려왔습니다.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야 못해질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님을 제가 여기서 만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친서와 특사를 통해 사전에 대화를 해보니 마음이 편합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중요합니다.
문 대통령: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을 가리키며) 김 부부장은 남쪽에서는 아주 스타가 되었습니다. (일동 웃음)
문 대통령: 오늘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과 접니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 할 것입니다.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지 이제 1년차입니다. 제 임기 내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김 위원장: 김여정 부부장의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과 북의 통일의 속도로 삼읍시다. (일동 웃음)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 살얼음판을 걸을 때 빠지지 않으려면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 과거를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김 위원장: 이제 자주 만납시다. 이제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기대에 부응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앞으로 우리도 잘하겠습니다.
문 대통령: 북측에 큰 사고(중국 관광버스 전복사고)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수습하시느라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김 위원장께서 직접 나서 병원에 들러 위로도 하시고, 특별 열차까지 배려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김 위원장: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왔고, 우리 사이에 걸리는 문제들에 대해 대통령님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습니다.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문 대통령: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입니다.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 가는 우리 민족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정상회담 오전회동 머리발언김 위원장: 200미터(m) 되는 짧은 거리를 오면서 아까 말씀 드렸지만 군사분계선을 넘어서면서 보니까 그 분리선도 사람이 넘기 힘든 높이로 막힌 것도 아니고, 너무나 쉽게 넘어온 역사적인 이 자리까지 11년이 넘었는데, 오늘 걸어오면서 보니끼 왜 그 시간이 이렇게 오래였나, 왜 이렇게 오기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적인 이 자리에서 기대하시는 분들도 많고 지난 시기처럼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발제돼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이런 만남을 가지고도 좋게 발전하지 못하면 기대를 품었던 분들한테 낙심을 주지 않겠나 합니다. 앞으로 마음가짐을 잘하고 우리가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수시로 만나서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고 마음을 합치고 의지를 모아서 그런 의지를 가지고 나가면,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게, 우리가 좋게 나가지 않겠나, 이런 생각도 하면서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속에서 한 200미터를 걸어왔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평화와 번영, 북남 관계가 새로운 역사가 써지는 순간에 출발점에 서서 출발 신호탄을 쏜다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여기 왔습니다. 오늘 관심사 되는 문제들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이 자리를 빌려서 우리가 지난 시기처럼 원점에 돌아가고 이행하지 못하고, 이런 결과보다는 앞으로 마음가짐을 잘하고,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면서 지향성 있게 손잡고 걸어 나가는 계기가 돼서 기대하시는 분들의 기대에도 부응하고 결과가 좋아서(만족했으면 합니다).
오기 전에 보니까 오늘 저녁에 만찬 음식 가지고 많이 얘기하는데,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습니다. 가지고 왔는데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평양냉면, 이게 멀리서 온…. 멀다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 (웃음)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정말 허심탄회하게, 진지하게, 솔직하게, 이런 마음가짐으로 문재인 대통령님과 좋은 이야기를 하고, 또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걸 문재인 대통령 앞에도 말씀드리고, 기자 여러분들한테도 말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정무위원장이 평화의 집에서 첫 남북정상회담을 하고있다. 남측(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북측(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경호 선임기자
문 대통령: 오늘 우리 만남을 축하하듯이 날씨도 아주 화창합니다. 우리 한반도에 봄이 한창입니다. 한반도의 봄, 온 세계가 주목을 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의 눈과 귀가 여기 판문점에 쏠려 있습니다. 우리 남북의 국민들, 또 해외 동포들이 거는 기대도 아주 큽니다. 그만큼 우리 두 사람의 어깨가 무겁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순간, 이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우리 국민들, 또 전세계의 기대가 큰데, 오늘의 이 상황을 만들어낸 우리 김정은 위원장의 용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우리 오늘 대화도 그렇게 통크게 대화를 나누고, 또 합의에 이르러서 우리 온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이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만큼 10년 동안 못다한 이야기 오늘 충분히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일동 웃음)
# 정상회담 오전회동 마무리발언김 위원장: 내가 말씀드리자면 고저 비행기로 오시면 제일 편안하시니까. 우리 도로라는 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불편합니다. 제가 오늘 내려와보니까 이제 오시면 이제 공항에서 영접의식을 하고 이렇게 하면, 잘될 것 같습니다.
문 대통령: 그 정도는 또 남겨놓고 닥쳐서 논의하는 맛도 있어야죠.(웃음)
김 위원장: (웃음) 오늘 여기서 다음 계획까지 다 할 필요는 없지요.
문 대통령: 오늘 아주 좋은 논의를 많이 이뤄서, 우리 남북의 국민들에게, 전세계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 많이 기대하셨던 분들한테 물론 이제 시작에,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우리 오늘 첫 만남과 오늘 이야기된 게 발표되고 하면, 기대하셨던 분들이 조금이나마 기대에 만족을 드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 대통령: 자.
김 위원장: 감사합니다.
문 대통령: 오후에 식수 행사하고, 짧은 시간이어도 대화할 시간이 있을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후에 뵙겠습니다.
정리/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