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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18살 투표권’ 대답없는 국회…천막농성 접는 청소년들

등록 2018-05-03 21:51수정 2018-05-03 23:00

국회 앞 43일간 천막농성 마무리
삭발부터 기습시위·집회 노력에도
한국당 등 반대로 헌법개정 무산
5월 국회 때 선거법 개정 ‘마지막 희망’
“청소년 권리 위해 계속 싸울 것”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중당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대표자들이 3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조속실현 대국민약속 정책 협약식’에서 서명한 협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앞줄 왼쪽 셋째부터 이은선 촛불 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상임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손솔 민중당 공동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중당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대표자들이 3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조속실현 대국민약속 정책 협약식’에서 서명한 협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앞줄 왼쪽 셋째부터 이은선 촛불 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상임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손솔 민중당 공동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단발머리를 싹둑 자르고 삭발에 나선 청소년들의 머리카락은 지난 43일 동안 1㎝가 자라 있었다. ‘18살 투표권’을 얻어내기 위해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까지 벌였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국회 파행’에 묻혔다. 천막 노숙농성을 끝내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농성장에서 만난 남보경(16)양은 담담하게 그동안의 소회를 말했다.

“너무 절박한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 삭발을 결심했어요. 처음 농성을 시작할 때 선거연령이 (현행 만 19살 이상에서) ‘만 18살 이상’으로 낮춰질 것이란 희망이 있었어요.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에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처참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전국 청소년·교육단체 등으로 꾸려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제정연대)는 선거권 나이 인하를 위해 지난 3월22일 청소년 3명의 삭발식과 함께 천막 농성을 시작한 이후 9번의 기자회견과 자유한국당에 항의하는 3번의 기습시위, 2번의 집회·행진을 벌였다. 국회 담장 너머로 목소리를 전달한다는 의미로 ‘연날리기’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이들은 6·13 지방선거부터 청소년들의 투표가 가능하도록, 4월 국회에서 선거권 나이를 한살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선거권 나이 즉각 인하에 반대하는데다,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 특검’ 등을 요구하며 4월 국회 전체를 파행시켜 선거법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제정연대는 이날 ‘4월 국회 선거법 개정 무산’의 책임을 물으며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도 열었다.

남양은 “(청소년은) 학교 내 혐오발언 등 폭력을 당해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투표할 수 있다는 건 단지 도장을 찍고 나오는 게 아니라 청소년의 삶이 바뀐다는 것”이라며 참정권 확대의 의미를 강조했다. 삭발에 동참한 김정민(17)양도 “농성은 오늘 끝나지만 투표할 권리와 함께 ‘내 의견이 존중받을 권리’를 이뤄낼 때까지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공직선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성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날 원내 3개 정당과 조속한 시일 안에 선거권 나이 인하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다짐하는 정책협약식을 맺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 손솔 민중당 공동대표 등은 이 자리에 참석해 “선거연령 하향을 위해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선거연령 인하를 위해 앞장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4일엔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협약식을 진행한다.

4월 국회가 끝났지만, 18살 청소년들이 지방선거에서 투표할 기회가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지방선거 유권자들을 정리하는 ‘선거인명부’ 작성이 오는 22일 이뤄지는 만큼, 여야가 그 이전까지 선거법 개정에 합의하면 청소년 투표가 가능하다. 하지만 5월 국회도 특검과 남북정상회담 국회 비준 동의안 처리 등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어 선거법 논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제정연대 쪽은 향후 국회 움직임을 지켜보는 한편, 시·도교육감 후보들과 협약식도 진행할 예정이다. 배경내 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청소년 인권 보장은 오래된 요구였지만, 선거 때 관심을 받고 사라진 ‘시즌형 의제’처럼 여겨졌다”며 “하지만 이 의제는 단지 청소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구성원들이 어떤 민주주의를 만들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연결돼 있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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