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3조8317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통과됐다.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추경안이 처리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통과 과정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이뤄져 부실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는 정부가 4월6일 추경안을 제출한 지 45일 만에 통과시켰다. 4월 국회는 개헌과 방송법 개정 등을 둘러싼 여야 갈등 탓에 논의조차 못 했다. 5월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두고 갈등이 고조되면서 추경안은 ‘강 건너 불’ 신세였다.
따가운 여론에 못 이겨 뒤늦게 시작한 심사도 졸속이었다. 여야는 지난 14일 특검법과 추경을 18일에 동시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국회를 정상화했지만, 추경 심사 기한은 고작 사흘에 불과했다. 그러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심사 속도를 높이겠다며 10개 상임위원회 예비심사기간 시한을 16일 오전으로 정해 기획재정위, 정무위, 환경노동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등을 뺀 나머지 상임위는 아예 논의조차 못 했다. 국회 스스로 ‘사흘 심사’가 버거웠는지 추경 심사는 21일로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상임위 패싱’에 이어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는 6·13 지방선거 선심성 예산을 추가했다는 비판을 낳았다. 심의 과정에서 “국민 혈세 이렇게 쓰면 안 돼”(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 “청년실업 비상이어서 각별하게 심의해야 한다”(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 등의 지적이 오가긴 했지만 이번 추경 본래 목적과 다른 예산 요구가 이어졌다.
자유한국당은 심의 과정에서 어린이집·경로당에 공기청정기 설치 예산(562억원)과 어르신 대상포진 백신 접종지원 예산 등을 요청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편성된 이번 추경의 의도와 달리, 자유한국당 지방선거 공약 맞춤성 예산을 요구한 것이다. 영호남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추가된 것도 예결위에 참여한 여야 의원들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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