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회·정당

김경수 찾은 박원순 “노 전 대통령 부산 낙선 때 위로 편지 보내”

등록 2018-05-24 10:11수정 2018-05-24 12:23

박원순 “정치를 하는 이유가 뭔가” 물음에
노 전 대통령 “국민에게 희망 주는 것” 답장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사진 오른쪽)와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가 24일 정책협약식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제공.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사진 오른쪽)와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가 24일 정책협약식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제공.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같은 당 소속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낙선했을 때 위로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 2000년 4월 총선 때 부산 강서에 출마했다 낙선한 ‘노무현 후보’에게 참여연대 활동가인 박 후보가 보냈던 편지글은 과거에도 한 차례 공개돼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박 후보는 이날 김 후보 캠프를 방문해 ‘서울-경남 상생혁신 정책협약’을 맺은 뒤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공개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9주기 추모식에 온 김에 이런 좋은 기회를 함께해서 너무 좋다. 우리 모두가 다 그렇지만 노무현이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고 감동을 저희들에게 주고 계신다”며 사연을 밝혔다.

박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으로서 당선이 유력함에도 불구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낙선하셨다”며 “그래서 제가 위로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그때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본질이 뭔가 물어보니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이런 사연을 공개하며 박 후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방 없는 서울은 있을 수 없고, 농촌 없는 도시, 서울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김경수 후보에게 “앞으로 우리 두 사람이 잘되면 서울과 경남은 전면적 협력 관계, 귀농촌을 포함하고 농산물 유통을 포함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척 많다고 생각한다. 손 꼭 잡고 국민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두 후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신용카드 가맹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 핀테크를 활용한 간편결제 시스템 ‘서울페이’와 ‘경남페이’를 공동 개발하기로 약속했다. 이들은 또 경남과 서울 학생들의 건강한 식생활과 농축수산업의 발전을 위해 친환경 급식자재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고, 각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친환경 급식 기준을 충족하는 식자재를 공급·수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음은 박원순 후보가 2000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주고받았던 편지글 전문.

노무현 의원님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선거라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저희들이 옆에서 낙선운동이라는 이름으로 견학해보니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지역감정의 회오리바람으로 낙선까지 하였으니 그 아픔이 오죽 크시겠어요? 위로전화도 한 번 못 드렸습니다. 그런데 낙선 직후 위로하는 사람들에게 “농부가 어디 밭을 탓할 수 있겠느냐”며 낙선시킨 지역주민들에 대한 비난을 온몸으로 막았던 일은 감동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결과로는 노 의원님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입었는데 이를 어떡하나요? 앞으로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해 볼 생각인가요? 저희들 같은 시민운동가들이 정치개혁과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잡지의 답변으로 부족하신 부분은 뵙고라도 경청하겠습니다.

2000년 6월 박원순 드림

박원순 변호사님께

안녕하셨습니까? 이렇게 제 의견을 말씀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위로전화도 못 했다고 자책하시지만 항상 변호사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은 저에게 많은 힘과 위로가 됩니다. 선거기간에 진행된 낙선운동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고 싶고, 선거 후일담도 나누고 싶지만 자리를 따로 마련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보내주신 내용에 대한 답변을 통해 저의 의견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총선의 낙선으로 인한 저의 정치적 입지의 타격을 걱정해 주셨고 이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를 물어오셨습니다. 이것에 대한 답변을 드리기 위해 먼저 되묻고 싶습니다. 변호사님은 정치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정치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국민들이 안도하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잘못 이해한 사람들이 입으로만 안도감을 주고 희망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안도감과 비전의 제시는 세치 혀의 말솜씨만으로는 줄 수 없습니다. 이것은 시대가 안고 있는 과제를 하나하나 풀어 가는 실천과 노력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입법활동, 행정의 감시가 중요하지만 정치인의 활동에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크고 작은 민원을 통한 제도의 개선, 문제제기와 정책의 제시, 대화와 토론, 그리고 여론의 조성과 개입 등 정치인의 일상적인 활동을 밖에 있지만 열심히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와 당에서 주는 역할에 충실하고 스스로 일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우리에게 제시되고 있는 과제들이 수준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국민들의 인식 속에 희망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모습이지만 지역갈등의 문제와 말과 실천이 일치하지 않아서 생기는 불신풍조의 문제는 도대체 앞이 보이지 않는 과제로 저의 마음을 누르고 있습니다. 동서화합을 위해 노력하면 불리하고, 자기의 논리에 충실하면 실패하는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올바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겠습니까?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계속 역설하고 주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올바른 것이라는 역설을 통해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제시대 때부터 형성된 ‘올바른 주장과 행동은 결국 불이익을 가져온다'는 인식은 결국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또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것은 기회주의적이고 대충대충 사는 삶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주기보다는 이로움을 주는 형국에까지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열주의와 불신풍조에 정면으로 맞서서 성공한 사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사례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할 것입니다. 어려운 길이라 생각됩니다. 계속 무모한 일만 생각한다고 탓하시지는 않을지 염려됩니다. 더위가 점점 다가옵니다. 몸 돌볼 여유도 없이 바쁘시겠지만 건강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임을 잊지 마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2000년 7월 노무현 드림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