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가 23일 오후 인천시 남구 선거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난 23일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를 인천 남구 그의 선거운동 캠프 사무실 만났다. 박 후보는 푸른색 점퍼차림으로 인천 남동산단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들어오는 길이었다. 마침 이날은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날이었다. “남북평화 훈풍 타고 인천을 평화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서해평화협력’ 공약을 내놓은 박 후보는 “북-미정상회담이 잘 될 걸로 본다”고 짧지만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인천은 1995년 첫 지방선거 이후 2010년 당선된 송영길 전 시장(현 민주당 의원) 외에 모두 보수정당 출신 시장을 배출했을 정도로 민주당에 ‘험지’로 꼽힌다. 특히 안보에 민감한 강화·옹진 등 접경지역과 중구·남구 주민들이 보수정당에 몰표를 줬던 대표적인 지역들이다. 박 후보는 이 지역들에서 “변화가 느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던 지역인 강화도 교동에 가보니 남쪽과 북쪽, 양쪽의 확성기 방송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지긋지긋한 선전 방송 안들으니까 좋다. 남북관계가 계속해서 잘 되면 좋겠고, 그 평화의 중심에 접경지역인 인천이 서면 좋겠다’는 말씀들을 하시더라”고 했다. 박 후보는 서해평화협력과 관련해 서해평화협력청 설치, 유엔평화사무국 송도에 유치, 인천-해주-개성 연계 ‘남북 공동경제자유구역’ 추진, 남북공동어로구역 조성과 해상파시 추진 등의 공약을 내놨다.
박 후보는 인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원도심과 신도시간의 불균형’을 꼽았다. 신도시 개발 위주의 정책 탓에 중구, 동구, 남구 등 원도심은 쇠퇴해 신도시와의 격차가 커졌고, 또 송도, 청라, 영종, 검단 등 신도시는 당초 계획과 다르게 ‘베드타운화’되는 등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 박 후보는 “원도심 활성화에 주력하기 위해 부시장 중 한 명을 원도심 전담 부시장으로 임명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버금가는 원도심전담 총괄기구를 신설해 강력한 행정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또 신도시 대책과 관련해서는 “무분별한 아파트 건축을 막아 더 이상의 베드타운화를 방지하고,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통해 본 취지에 맞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박 후보와 인천시장 재선을 노리는 유정복 자유한국당 후보 모두 인천 토박이이고 행정고시 출신이다. 하지만 박 후보에게는 ‘친문재인계 핵심’, 유 후보에게는 ‘친박근혜계 핵심’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박 후보는 지난 4년 유정복 인천시장의 시정에 대해 “자살률, 산업재해 발생률, 가계부채 등 실질적으로 시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이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년도 안 돼 저를 비롯한 민주당 인천 의원들이 중앙정부와 함께 이뤄낸 성과가 많다”고 했다. 그 사례로 박 후보는 박근혜 정부 때 해체된 뒤 조직이 축소돼 세종으로 떠난 해양경찰청을 오는 11월 인천으로 환원, 10년 넘게 지연된 ‘제3연륙교’(영종도와 청라국제도시 연결) 2023년 조기완공 추진, 지하철 7호선 청라국제도시까지 연장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로 2026년까지 완공추진 등을 꼽았다.
현재 10조원이 넘는 부채는 인천의 핵심 과제다. 대책과 관련해 박 후보는 “주민참여예산제 확대, 각종 재무현황과 사업실적 공개, 재정사업평가제 실시 등을 통해 시 재정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근본적 체질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이날은 그의 ‘정치적 스승’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9주기이기도 했다. 이날 선거운동으로 경남 봉하마을 추도식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지난 5월 초 봉하마을을 방문해 “‘인천시장에 당선되고 나서 다시 와서 인사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왔다”고 했다. 지난 19일에는 인천 부평공원 소나무 광장에서 열린 추모식에도 다녀왔다고 했다. 박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이 분들과 함께 공유한 가치인 사람이 먼저이고 노동이 존중 받는 인천을 만들고 싶다”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지방정부도 바뀌어야한다는 생각에서 출마했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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