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 사옥.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와해 공작의 ‘실무책임자’인 목아무개 삼성전자 전 노무담당 전무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언학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그는 삼성 옛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임원이었던 강아무개 부사장 등과 공모해 삼성의 노조파괴 계획을 구체적으로 짜고 이를 실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는 삼성이 노조파괴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풀 ‘핵심인물’로 꼽힌다.
■ 노무사 자격증 가진 삼성 내 ‘노조파괴 전문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수현)는 지난 2일 목 전 전무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목 전 전무는 2013년 7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설립 당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지원그룹장’으로 있으면서 노조와해 전략을 짜고, 기획폐업, 노조 불법사찰 등 노조와해 공작을 구체적으로 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목 전 전무 등의 지시로 최아무개(구속기소)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가 삼성전자서비스 내 노조대응을 위한 ‘종합상황실’을 꾸리고, 노조파괴 상황을 일일이 점검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목 전 전무는 지난 1999년 노무사 자격증까지 딴 노동문제 전문가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도 그는 노조파괴를 완벽하게 이뤄내기 위해 거액을 들여 자문위원까지 채용했다. 노동부장관 보좌관 출신인 송아무개 자문위원은 2014년 1월부터 백아무개 노무사와 삼성전자 자문계약을 맺고, 매월 2000만원, 성공보수로 매년 6000만원을 받고 노조파괴를 공작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백 노무사는 최근 <한겨레>와 만나 “미래전략실 소속이던 강 부사장이 목 전 전무에게 외부 노조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강 부사장의 소개로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우리는 목 전 전무의 ‘컨설턴트’로 채용됐고, 노조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리의 컨설팅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후 백 노무사는 3개월여 만에 일을 그만뒀고, 송 자문위원은 구속기소될 때까지 삼성전자에 소속돼 노조파괴에 관여했다.
■ 삼성전자 316호실 ‘노조와해 과외’ 주도
이후 목 전 전무는 송 자문위원 등과 함께 노조파괴 공작을 실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노조와해 과외’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한겨레>가 확보한 송 자문위원의 공소장을 보면, “2014년 1월부터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316호에서 노조에 대응하는 전략, 구체적 실행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자문단 회의를 개최하고, 노조 대응 활동을 하는 삼성전자 및 삼성전자서비스 임직원들에게 ‘그린화(노조탈퇴) 전략’을 실행하도록 자문했다”고 적혀있다. 검찰은 목 전 전무가 이 자문단 회의를 주도한 인물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 자리에 구속기소된 최아무개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등이 참석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히 이들은 외부 전경이 잘 보이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316호를 회의 장소로 택했고, 이곳에서 노조원들의 집회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전략을 짰다. 최 전 전무는 이 자문에 따라 ‘종합상황실’ 소속 직원들에게 노조 관련 개인정보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노조 내분 유발, 노조탈퇴 회유, 종용, 불이익 취급, 단체교섭 지연, 기획폐업 단행, 조합원 징계 등의 활동을 지시하고, 실행상황을 보고받았다.
검찰은 특히 목 전 전무가 2014년 12월 삼성전자 옛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으로 옮겨가며 강 부사장 등과 함께 노조파괴 공작을 주도한 핵심 실행자로 보고 있다. 목 전 전무는 지난달 31일 검찰조사에서 삼성 노조파괴 개입 관련 혐의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보고서에서 본인과 관련된 내용이 언급된다면 부인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목 전 전무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스마트시티(구미사업장) 지원센터장으로 부임해 근무하고 있다. 목 전 전무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