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8월 22일 역사학계 원로 및 대표자들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보수정권의 건국절 주장은 독립정신과 헌법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비판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는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1948년 건국’을 거듭 주장했다. 또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이를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불거진 건국절 주장 논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독교평화방송>(cpbs)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 인터뷰에서 ‘건국절 논란’에 대해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도 48년 건국을 당연시해서 받아들였다”며 “48년 건국이라는 설이 정돈되어 있었고 거기에 대해서 이론이 있으니까, 뜨거운 논쟁이 다시 우리 민심을 흔들고 있으니까 토론을 해봐야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광복 73주년 기념 국민대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1948년을 건국절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건국 정신이 어디서 오든 1948년에 주권과 영토가 모두 갖춰졌다는 측면에서 1948년을 건국절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 역시 원내대표단·상임위원장 간사단 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8.15 경축사 ‘제2건국추진창립위 선언문’에서 1948년 건국일 선언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58주년 기념사를 2003년, 65년 2015 8.15 1948년을 건국해로 밝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 주장과 달리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48년 건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
(→노무현 전 대통령 “건국은 광복에 따라오는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8월 봉하마을을 찾은 시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민족에게 역사적으로 어느 것이 더 크게 기억이 될까 하는 차원에서 건국은 광복에 따라오는 것 같지 않느냐. 둘 중 하나만 쓰는 게 맞지 않겠느냐"며 당시 이명박 정부의 건국절 제정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사실 1948년 그 날은 우리 정부를 수립한 날이니까 국가는 그 전부터 영속적으로 존재해온 것인 만큼 정부를 수립한 날을 왜 건국이라고 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도 지난 2016년 <시비에스>(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김홍걸 “DJ가 말한 건국은 건국절의 ‘건국’이 아니다”)에 나와 “(1948년 건국 주장이)2006년경 우익학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고 알고 있다. 건국절이라는 말은 그 당시(김대중 정부)에는 있지도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정부 수립을 건국 표현으로 때에 따라서는 할 수도 있는 것인데, 문제는 저쪽(보수정당)의 의도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고 건국절을 공식적으로 만들겠다 하는 식의 노골적인 시도이기 때문에 의도나 성격이 다른 것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국가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온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1948년 건국’을 주장한 것에 대해 당내 혁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당내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태도를 바꿨다는 풀이가 나온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박정희 대통령의 성공 신화에서 벗어나자면서 일부 극우 의원들과 행보를 나란히 하고 있어 정체성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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