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지역 부동산 폭등 현상과 관련해, 시중의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 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이윤을 찾을 수 있도록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론조사전문업체 입소스코리아가 3일 펴낸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점검 및 시사점’을 보면, 부동산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처한 상황은 참여정부와 유사하다. 참여정부 당시 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2003년 10·29 종합대책 이후 1년여간 안정세를 나타냈으나 2005년 말 이후에는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강남 아파트의 경우 참여정부 출범 직후(2003년 1월)에 비해 70%가 급등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유동성’에 대한 이해 부족 탓으로 분석했다. 당시 기준금리가 4.25%에서 출발, 2003년 5월에 4.00%, 2004년 11월에는 3.25%까지 떨어져 유동성이 크게 늘었고 이는 부동산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2015년 10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세를 진정시키는데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유동성 자금이 이윤을 찾아 부동산을 투기화하는 것이 부동산 문제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 때문에 유동성을 줄이거나 부동산 외에 다른 곳에서도 이윤을 찾을 수 있도록 활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8·2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한 것은 유동성의 속성과 규제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2014년 하반기부터 급증한 유동성은 2018년 6월 2622조원에 달한다. 결국 부동산 시장에 쏠려있는 유동성이 빠져나갈 수 있는 활로를 마련해 주면서 부동산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때 부동산 시장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참여정부 시절의 부동산 대책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참여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은 부동산 시장에 머물렀고, 오히려 누르는 힘만큼의 반대급부로 서울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에 포함된 인간의 ‘욕망’을 진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투기적인 욕망은 단속해야 하지만 더 나은 곳에서 살고 싶은 국민의 욕망까지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섣불리 ‘단죄’하고자 한다면 심각한 민심 이반을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입소스코리아가 다음소프트와 함께 분석한 지난주 대한민국 전체 이슈 TOP 20 가운데 ‘부동산’, ‘아파트’가 1위와 4위를 차지했다. 또 축구 국가대표 감독인 ‘김학범’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취소’가 각각 2위, 3위를 차지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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