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린 <황교안의 답-황교안, 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7일 <황교안의 답: 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를 열고 공식적인 정치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정치권 안팎에선 황 전 총리가 사실상 ‘무주공산’인 보수 진영의 차기 주자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날 오후 서울 양재동 매헌윤봉길기념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는 200석 규모의 강당이 일찌감치 채워졌다. 자리를 잡지 못한 이들은 서서 행사를 볼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행사장 앞에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가 보낸 축하화환과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축기가 놓여있었다.
이날 행사는 ‘청년’을 주제로 기획됐지만, 실제 참석자들은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황 전 총리는 인사말에서 “출판기념회가 청년에게 특화된 의미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또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청년들이 힘들어하고 해결책을 잘 찾지 못하는 상황에 있는 것을 보고 총리에서도 물러나 청년에 관심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청년들과 한 대화들을 책으로 펴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사의 관심은 황 전 총리의 ‘향후 행보’에 쏠렸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인 그는 탄핵된 박 전 대통령 대신 5개월간 대통령권한대행을 역임한 지난 정부 핵심 인사다.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는 정치권 안팎에서 꾸준히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어 왔다. 최근에는 리얼미터가 <시비에스>(cbs) 의뢰로 전국 성인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보수층 지지도’ 1위(25.9%)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는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대권으로 가는 방향으로 예상해도 되냐’는 질문에 “그런 말씀을 많이 듣고 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선 “일단 청년들을 챙기고 있고 우리 사회 어려운 사람들 챙기는 일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즉답은 피했지만 대선·당대표 출마 모두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행사에는 자유한국당의 친박근혜계 의원들과 박근혜 정부 관료들이 참석했다. 김진태·송언석·이채익·정종섭·윤상직·유기준·강효상·추경호 의원과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등이 행사장을 찾았다. 황 전 총리가 ‘박근혜 지지층’을 기반으로 삼아 대선 출마를 도모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7일 서울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출판기념회를 열고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황 전 총리는 자신의 책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해 “‘개혁지향정부’라고 말할 수 있다. ‘민생 지향’과 ‘경제 살리기’에 역점을 두었고 실제로 적지 않은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또 지난 정부에서 하지 못해 아쉬운 점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의 모든 노력이 소위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쓸려가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불미스러운 사태로 전 정부의 많은 공직자들이 사법처리 됐지만, 모든 정책을 적폐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불통 정부’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특정 대통령이나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소통의 부족도 문제일 수 있지만 지나치게 과장되고 일방적인 홍보 역시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근혜 국정농단의 ‘공동 책임자’인 그가 보이는 행보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보수야당의 한 의원은 “(그는) ‘박근혜의 공범’이자 보수궤멸의 책임자”라며 “반성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주류 쪽은 박 전 대통령과 사실상 동일시되는 황 전 총리의 등장을 불편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오는 15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귀국하고 김무성 의원 등 자유한국당 내 대표 경쟁이 점화되면, 침체에 빠져있는 보수 진영이 활력을 띄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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