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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민심과 동떨어진 여당 지도부의 ‘온도계'

등록 2018-09-17 20:39수정 2018-09-18 13:31

현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치부 기자가 된 뒤 이른바 ‘민심’의 흐름을 지켜보며 놀랄 때가 많다. 민심의 ‘온도’를 정확하게 가늠해내지 못한 이들이 선거라는 전쟁터에서 뒤처지곤 하는 걸 봤다. 2017년 대선에서도 ‘촛불’의 온도에 맞춰 움직인 문재인 대통령이 승리하지 않았나. 민심이 어디에서, 어떤 온도로 달아오르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정당의 주요 역할 중 하나다.

요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보고 있으면, 이 온도계의 수은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종종 든다. 이해찬 대표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민주당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 선고 판결 등 ‘젠더 이슈’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안 지사에 대해서는 재판하고 관계없이 그런 불륜행위 자체가 공직자로서는 안 해야 될 일이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제명 처분을 바로 한 거고 젠더(관점)하고는 관련없다”고 말했다.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권력자의 성폭력 사건을 한낱 ‘불륜 행위’로 단정한 것이다.

안 전 지사의 무죄 판결을 놓고 재판부의 보수적 판단을 향한 사회적 반발이 거셀 때 그에 침묵했던 여당 지도부가 마침내 입을 열자 거기서 ‘불륜’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쯤 되면 6만명의 여성이 모여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자고 외친 혜화역 시위 현장에서 여당 의원들을 찾기 어려웠던 건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여성들이 느끼고 있는 분노와 공포의 온도를 민주당은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수도권 신규 택지 정보를 유출한 신창현 민주당 의원의 거취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국가 기밀서류면 문제되지만 그게 아니다”라며 “징계할 차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집값 과열로 민심이 들끓고 정부가 부심하는 가운데 여당 의원이 택지 정보를 유출해 투기 바람에 부채질을 했는데도 ‘기밀이 아니면 그만’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당내의 여러 의원들은 “인기있는 상임위에서 물러났으니 그걸로도 충분히 뼈아플 것”이라고 말한다. 민심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여의도 안 올챙이’의 시선이다. 잔뼈 굵은 여당 보좌진들은 오히려 “앞으로 공무원들에게 ‘비밀유지’를 전제로 자료도 요구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일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여당 ‘의원님’들과 ‘실무자’ 사이에도 온도차가 큰 셈이다.

요즘 여당에서 자주 언급하는 ‘건강한 당청관계’는 어떻게 가능할까. 적어도 여당이 여당 구실을 제대로 할 때만 가능할 것이다. 구중궁궐 청와대에 민심을 전할 온도계로서의 기능 말이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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