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마중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리선권 북한 조평통 위원장을 비롯한 북쪽 인사들과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할 때 남북의 경제 사령탑은 등장하지 않았다. 특히 경제협력을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사절단이 대거 방북했지만, 북한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박봉주 내각 총리는 공항에 등장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전문가들은 박 내각 총리의 불참 이유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맞대어 추정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6일 김 부총리의 불참 사유에 대해 “부동산 등 추석 민심을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앞서 2000년에는 이헌재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이, 2007년에는 권오규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공식 수행원으로 방북한 바 있다.
박봉주 내각 총리의 불참도 북한의 경제 상황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추정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박 내각 총리는 경제현장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어서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부총리 불참 명분이 부동산 등 경제현실이듯, 북한도 수해가 났고 경제 상황을 챙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박 내각 총리가 참석하지 않으면서 나머지 8명의 내각 부총리도 공항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 도착한 18일 영접나온 김여정 중앙위 제1부부장과 북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쪽 인사들이 줄 서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달 초 국제적십자연맹은 황해남·북도에서 홍수로 76명이 숨지고 적어도 75명이 실종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섬유, 화장품, 감자가공, 농·수산업, 조선, 관광, 기계공업, 건설 등 내각에서 관리하는 분야를 시찰하면서 호되게 질타했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에스케이(SK)회장, 구광모 엘지(LG)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4대 그룹 대표들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협회장 등이 참석해 남북 협력 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에는 북쪽 경제 책임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방북 첫날 공항에 등장하지 않은 박봉주 내각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평양 시내 카퍼레이드를 한 후 도착한 백화원 영빈관에는 등장해 문 대통령 내외를 환영했다. 반면 이후 진행될 경제사절단과 북쪽 경제 책임자들 간 만남에는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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