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0일 전국 당협위원장 일괄사퇴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위원장이 없는 사고 당협 22곳을 뺀 231곳의 당협위원장 전원이 오는 10월1일 사퇴한다. 이번 일괄사퇴가 인적쇄신으로 이어질지, 당내 분란으로 작용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일괄사퇴 안건을 의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내부 반발이 당연히 없을 수 없겠지만, 당이 비상사태라는 것은 모두 인정할 것”이라며 “선당후사의 정신에서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인이나 특정 계파를 지목해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일괄사퇴 뒤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각 당협에 대한 심사·조사에 들어간다. 이 과정을 거쳐 연말께 기존의 당협위원장이 재임명되거나 새로운 인물이 당협위원장에 발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한겨레 자료 사진.
하지만 일괄사퇴 추진과 당협 심사 과정에서 당 안팎에서 반발 가능성이 있다. 비대위가 내년 초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해산될 운명인데다 당내 장악력이 약한 상황이다. 특히 현역 의원들이 새롭게 임명될 당협위원장에서 배제되는 규모가 커질 경우 김병준 위원장 취임 이후 잠시 가라앉은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대구·경북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혁신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과정이나 시기에 대한 이견이 있다”며 “일괄사퇴도 앞으로 의원총회 등을 통해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 가능성을 의식해서인지 김병준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괄사퇴 안건) 의결은 단순히 인적쇄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당협 운영의 새로운 관행과 질서를 만들어 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매년 당협위원장의 활동을 당원과 국민의 눈높이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신임과 교체의 절차를 관행으로 만든다면 당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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