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한겨레> 자료 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경영자총협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서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기 위해 논의한 재계 주요 인물들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 동행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남북 경제협력에 관련된 질문을 하기 위해 증인 채택을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막아섰다. 과거 민주당이 재벌 총수들의 증인 채택을 주장하고, 이에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반대하던 모습이 뒤바뀐 셈이다.
4일 국회 상임위원회 증인 채택 현황을 보면, 자유한국당은 남북 경협에 대해 북한 쪽과 어떤 의견을 주고 받았는지 따져 물으려고 주요 상임위에서 재벌 총수와 경제단체 수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나섰다. <한겨레>가 확보한 산자위의 ‘국정감사 일반증인 및 참고인 명단’ 자료에서도, 자유한국당은 지난 1일까지도 국정감사 증인으로 이재용 부회장이나 최태원 회장 등 재계 주요 인물들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일 이들은 빠지고, 카허카젬 한국지엠(GM) 사장과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 허인수 지에스(GS)리테일 대표, 이동걸 산업은행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이 편의점이나 한국지엠(GM), 에너지 사업 등의 문제로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한 상임위원은 “당 차원에서 남북 경협과 관련해 의원들이 분담해 증인 채택을 신청했다”며 “여야 간사 간 협의하면서 합의해 빠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상임위원 역시 “남북경협이 실제로 이뤄진 것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재벌 총수를 부를 필요가 없다고 설득했고, 야당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한겨레> 자료 사진.
다른 상임위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도 자유한국당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의 증인 채택을 요청했다. 하지만 여야 간 논의를 한 뒤 모두 후보에서 빠졌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재벌 총수의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 간 힘겨루던 것과 비교하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입장이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2016년 9월 당시 정무위 소속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무위 간사 간 협상에서 새누리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머뭇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 이 부회장이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는데, 공익재단을 경영권 승계를 위한 도구로 쓰는 것이 아닌지 따져 물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박용진 의원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현대차 리콜 사태 등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증인석에 세울 것으로 요청했지만 마찬가지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해 11월에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할 증인과 관련해 삼성 쪽 증인 채택에 반대하기도 했다.
이제는 입장이 뒤바뀌어 자유한국당이 재벌 총수들을 국회로 부르겠다는 것이지만, 과거 민주당처럼 강하지는 않았다. 산자위원인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 차원에서 재벌 총수 등을 부르자고는 했지만, 이들이 대부분 경영 활동에 바쁜 사람들인데 꼭 부를 필요는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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