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의원 “상속으로 특례 끝나”
고 구본무 엘지(LG)그룹 회장 주식에 대해 과거 지주회사 전환 시 받은 과세이연 특례가 끝나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현재 1조5천억원으로 점쳐지는 구본무 회장의 상속 주식에 대해 최대 1천억원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 뒤, 나머지를 구광모 회장 등 유족이 상속세를 내고 물려받을 전망이다.
8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기획재정부, 국세청에 따르면, 개인이 지주회사 주식을 증여·상속할 경우 주식 처분에 해당해 과거 지주회사 전환 시 받은 과세이연 특례도 마감돼 양도소득세를 먼저 납부해야 한다. 과세이연은 개인이나 법인이 지주회사를 설립·전환하면서 보유한 주식을 현물로 출자해 바꾼 지주회사 주식을 팔 때까지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나 법인세 납부 시점을 미뤄주는 것이다. 구본무 회장도 2000년대 초반 엘지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당시 보유한 엘지전자·화학 등의 주식을 지주회사인 ㈜엘지 주식과 맞바꾸면서 엘지전자·화학 매도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구 회장의 상속분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는 2000년대 초반 이뤄진 현물출자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구본무 회장이 2000년대 초 과거 1주당 500원에 산 엘지전자 주식을 5500원으로 계산해 ㈜엘지 주식과 맞바꿨다면, 소득인 5천원에 대한 양도소득 과세(약 20%)가 이뤄지는 셈이다. 채이배 의원은 당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 이뤄진 소득을 최대 5천억원으로 추정하고, 양도소득세 역시 최대 1천억원으로 점쳤다. 이에 대해 엘지 관계자는 “관련 법에 따라 성실히 세금을 납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구 회장 주식을 상속할 경우 상속세(약 50%)만 부과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지난 2010년 정부가 조세특례제한법을 고치면서 과세이연 특례 종료 기준 가운데 ‘주식 증여나 상속’ 항목을 삭제해 혼란을 낳았다는 해석이 많다. 이에 대해 기재부 이호근 법인세과장은 “증여 혹은 상속은 주식을 처분하는 것과 같아 불필요한 항목이라고 판단해 삭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채이배 의원은 “최근 10년간 재벌 총수를 포함한 90개 지주회사의 개인주주 432명은 약 1조9000억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지 않다”며 “과세이연 특례는 올해로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세이연 특례는 외환위기 시절인 1997년 도입돼 계속 연장되고 있다. 정부도 올 연말로 끝나는 특례를 3년 더 연장할 계획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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