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이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를 25일 촉구했다. 앞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장단계에서부터 1·2심 재판을 특별재판부가 맡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자유한국당이 “삼권분립 무시하는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실제 법안 통과까지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 “자유한국당에 촉구… 특별재판부 설치에 동참”
홍영표(더불어민주당)·김관영(바른미래당)·장병완(민주평화당)·윤소하(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를 공정히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 사법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라며 “국회가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헌법과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라며 자유한국당을 향해 특별재판부 설치 방안 마련을 위한 동참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다수 재판부가 이 사건과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행 재판부에 의한 재판으로는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서는 특별한 절차를 통해 재판 사무분담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원을 보면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도 비판했다. 이들은 “그동안 법원은 사법농단 관련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잇달아 기각했다”며 “일반 형사사건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90%에 육박하지만 사법농단사건 압수수색 영장은 단 한 건도 ‘온전히’ 발부된 적이 없다. 전부 기각되거나, 발부되더라도 일부만 발부됐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 일각의 반발로 치부하기에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사법농단 수사에 대해 근거 없이 비난하는 시도는 오히려 사법질서를 더욱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더는 사법정의가 유린당하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박주민 의원 대표발의 법안 내용은?
사법농단과 관련해선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의 핵심은 수사단계에서부터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심사는 ‘특별영장전담법관’이 담당하도록 하고, 1·2심 재판도 특별재판부가 맡도록 하는 것이다. 특별영장전담법관이나 특별재판부를 구성할 판사의 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선 대법원에 특별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명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3명 △법원조직법에 따라 해당 법원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3명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변호사 자격을 가지지 않은’ 사람 3명 중 1명 이상은 여성을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뿐 아니라 1심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고, 선고는 공소제기일부터 3개월 이내에 하도록 했다. 또 판결문에는 합의에 관여한 모든 판사의 의견을 표시하도록 했다. 박 의원은 “재판거래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나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줄줄이 기각되는 등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의 재판거래 의혹 등 사건에 관해 공정하고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형사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자 한다”며 법안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 특별재판부 통과될까?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명수 대법원장이 자진사퇴하거나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사법부 수장 문제를 먼저 정리한 이후에 특별재판부에 대한 입장을 갖고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심사숙고 중”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이 법안 상정에 반대하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설정돼도 법안 통과까지는 330일이 걸린다. 현재 특별재판부 설치에 찬성하는 여야 4당 의석을 합쳐도 178석이어서 180석에도 미달되는 상황이다. 박주민 의원도 이날 오전 <한국방송> ‘정준희의 최강시사’ 라디오에서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자유한국당 전체 또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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