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의 핵심 실무를 맡았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은 임 전 차장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국고손실,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법농단’ 연루 판사 가운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7일 처음으로 구속되면서 국회에서 논의 중인 특별재판부 설치 논의에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교섭단체 4당은 “특별재판부 설치에 더욱 속도를 높여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자유한국당은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28일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 “어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특별재판부 설치 이유를 ‘법관이 공정한 재판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에 기초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합리적 의심만으로 삼권 분립을 와해하고 사법부 독립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전날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페이스북에 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사법농단 사건의 용의자, 피의자 또는 피해자인 법관이 공정한 재판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에 기초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전격 합의한 것”이라며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의결 정족수는 확보되지만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한국당이 반대할 경우 본회의 상정이 난망하다”고 적었다.
자유한국당은 그러나 “합리적 의심만으로 별도의 재판부를 구성해야만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법원의 재판에 승복하지 못하고 별도의 재판부를 구성해서 한 번 더 재판해달라는 또 다른 사례를 위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거듭 반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윤 대변인은 “헌법의 기본 질서와 법관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는 한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고 사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결국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붕괴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임 전 차장의 구속 등으로 사안의 심각성 및 객관적 실체 규명에 대한 목소리가 더 힘을 받게 됐다고 보고 특별재판부 설치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전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있었던 사법 농단 사건이 공정한 재판 속에 철저하게 진실이 규명돼 사법부의 신뢰가 회복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사법 농단 사건 관련 특별재판부 설치에 자유한국당의 동참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고,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사법농단 연루자가 재판관이 된다는 것은 제2의 사법농단”이라며 “사법농단 사건의 공정한 재판을 위해 ‘특별재판부 설치는 필수불가결”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야4당이 특별재판부 설치에 보조를 맞춰 나가더라도 자유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의 수문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선 관련법 통과가 어려워 보인다. 여당은 일단 “특별재판부 설치 목적은 공정한 재판부를 꾸리자는 것”이라는 취지 아래 여론전을 통해 자유한국당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여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아직 국민들도 특별재판부 설치법의 내용을 잘 모르고, 자유한국당에서도 오해하는 대목이 있다”며 “공정한 재판부 구성이 최대 목표인 만큼 국정감사가 끝나는 29일부터 자유한국당 법사위원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29일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의 정례 회동에서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선 특별재판부 설치 건과, 자유한국당이 앞장서 주장하고 있는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국정조사 건을 서로 주고받는 ‘빅딜’ 논의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당 지도부 안에서도 패키지딜 방식의 이런 협상을 검토했지만 아직 결론은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채용비리의 경우 이렇다 할 비리 사실이 드러난 게 없는 데다 이미 이슈가 휘발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사법농단은 상당한 사실들이 드러나 있고 특별재판부가 설치될 경우 이슈 영향력도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빅딜 가능성을 열어 놨다.
송경화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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