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을 해촉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서울시 당사에서 조강특위 위원장인 김용태 사무총장(왼쪽 두번째) 등 위원들이 회의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12월 원내대표 선거와 내년 2월께 전당대회를 앞둔 자유한국당의 내홍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공방 소재는 ‘박근혜 탄핵 책임론’이다.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를 겪고도 제대로 된 반성이나 쇄신 없이 또 당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탄핵 공방은 최근 해촉된 전원책 자유한국당 전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이 불을 댕긴 모양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끝장토론을 해야 한다” “태극기는 포용해야 할 보수” 등 당 지도부와 조율되지 않은 돌출발언을 쏟아내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 9일 경질됐지만 한번 불붙은 ‘탄핵 책임론’은 쉽게 수습되지 않는 모양새다.
당을 혼돈으로 몰며 대척점에 선 이들은 탄핵에 찬성하며 ‘바른정당’을 창당했다가 돌아온 복당파와 과거 당의 주류이자 다수였던 친박근혜계 의원들이다. 복당파의 수장이라고 할 김무성 의원이 지난 7일 한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히자,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의원을 거론한 기사를 인용하며 “덩칫값을 하라” “탄핵 끝장토론은 언제나 환영”이라고 맞받았다. 여기에 비박계로 꼽혔던 나경원 의원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포럼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평생 감옥에 있을 정도로 잘못을 했느냐”고 거들고 나섰다. 지난달 31일 홍 의원은 당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 공개석상에서 “탄핵에 앞장선 복당파들은 반성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엇을 해서 탄핵받았는지 백서를 만들어달라”며 본격적인 공방의 포문을 연 바 있다.
당 안팎에서는 그동안 숨죽였던 친박계가 목소리를 내는 배경과 관련해 12월 원내대표 선거,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의도적인 세 겨루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친박계는 계파로서 사실상 와해된 상태지만, 친박계로 거론됐던 의원이 수로는 더 많다”며 “탄핵이 자꾸 언급되면 복당파가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다. 친박이 주도권을 잡긴 어렵더라도, 소위 계파 색채가 약한 중립파 의원들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면 친박들로서는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오는 2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차기 당대표는 2020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쥐게 된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최근 두달간 책임당원이 1만명 가까이 늘어나는 등 소위 ‘태극기’ 세력이 유입되고 있는 것도 친박계가 큰 목소리를 내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박계인 한 의원은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탄핵 과정에 누구보다 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책임도 지지 않았으면서, 정부 2년차인 이제 와 탄핵을 잘했느니 잘못했느니 하며 일부 보수의 표를 얻으려는 것은 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향후 정권교체 가능성을 도리어 낮추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탄핵과 지방선거 참패 이후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던 자유한국당이 아무런 쇄신의 결과를 내놓지 못한 채, 다시 당내 권력투쟁에 몰두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비판 또한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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