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화성인의 디엔에이 수준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 참 그렇습니다.”(12월23일·유튜브) “경남지사로 근무하다 다시 여의도로 와보니 각 당에는 사이코패스도 있고 소시오패스도 있었습니다.”(12월23일·페이스북)
“1년6개월이 겨우 지난 이 정권 들어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 자살한 사람이 4명이나 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자살자, 자결자가 나올지 걱정됩니다.”(12월17일·유튜브)
음모론과 막말, 명예훼손이 난무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유튜브 채널 ‘티브이(TV) 홍카콜라’가 방송을 시작한 지 6일 만인 23일 밤 구독자 10만명을 모았다. 홍 전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거짓말 정권, 괴벨스 공화국이 티브이 홍카콜라를 불렀다”며 “우리의 목표는 100만(명) 구독에 하루 조회 수 100만(건)이다. 그러면 거짓말 정권, 괴벨스 공화국을 타도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어 “조회 수가 300만(건)을 돌파하면 ‘무엇이든 묻는다. 홍준표가 답한다’를 생방송으로 진행하겠다”고 공약했다. 홍 전 대표의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언행에 구독자들도 빠르게 결집하는 모양새다.
그는 전날에도 누리꾼들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열광하는 것이 “조작된 여론, 기울어진 언론에다 통계까지 조작하는 나라가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이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유대인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뜨려 ‘나치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 괴벨스는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믿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6일간 ‘티브이 홍카콜라’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홍 전 대표가 등장해 자신의 추측을 풀어놓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는 대체로 1~3분 안팎인 ‘홍준표의 뉴스콕’ 코너에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여과 없이 언급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코너는 11편이 제작됐다. 그는 이 코너 영상 초반에 각종 정보를 사실처럼 나열하다가, 마지막 부분에 ‘~라고 생각한다’ ‘~인 것 같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그는 ‘프라하에서 생긴 일’ 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하는 길에 체코를 들른 것을 두고 북쪽과의 접촉설을 꺼냈다. 그는 “체코에서 북측과 접촉했고, 아르헨티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 보장을 약속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고 이재수 중장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편에선 “노무현 정권 시절에 자살한 분들이 많았고, 결국 본인도 자살했다”며 “이명박 정권 시절 자살한 분은 노무현 대통령 한분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년6개월 겨우 지난 이 정권 들어선 자살한 사람이 4명이나 된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자살자, 자결자가 나올지 걱정된다”고 비꼬았다. ‘청 디엔에이(DNA) 타령의 이유’ 편에선 최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을 두고 “저(청와대) 사람들은 사람의 디엔에이가 아니고, 동물의 디엔에이인지, 화성인의 디엔에이 수준으로 말하는 것 보면 참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올린 60분 분량의 ‘시사대담 홍크나이트쇼’ 1회차에선 이병태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교수를 불러 현 정권에 대한 비판, 경제문제 등에 대한 해법을 쏟아냈다. 젊은층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듯 빨간 니트에 나비넥타이, 검은색 가죽 재킷 등 화려한 패션을 선보이면서 유행어도 곧잘 구사했다.
유튜브는 언론과 같은 잣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모니터링)를 받지 않으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로 제한받지 않는다. 홍 전 대표가 명예훼손 혐의 등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경망한 말을 내뱉을 수 있는 이유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홍 전 대표는 비주류 대안세력이면서, 당대표이자 대선주자 출신이라는 양쪽 명함을 다 갖고 있어, 유튜브 채널이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강점으로 작용하지만 향후 홍 전 대표는 물론, 보수세력 전체에도 ‘티브이 홍카콜라’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 실장은 “영상 내용을 보면 반문 결집 효과를 이끌어내려 한다. 하지만 향후 보수진영이 질서 있게 정돈되고, 대안을 모색할 시점이 되면 책임지지 않아도 됐던 말들이 방해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홍 전 대표가 당권을 노리고 ‘노이즈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일각의 추측에 대해서도 “현재 한국당 지도부와 대결 프레임을 구성하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모양새”라며 “이렇게 되면 당권에 나가도 주목도 면에서 유리할 수 있고, 만약 당권에 도전하지 않더라도 ‘나는 좌파 타도, 반문만 보고 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 전 대표가 ‘할 말은 한다’ ‘시원하게 한다’는 문구를 앞세워 ‘홍카콜라’라는 이름을 사용하자, 일각에선 콜라 브랜드를 실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등장했다. 홍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코카콜라에서 압력에 굴하여 이름을 가지고 시비를 걸어온다면 티브이 홍시콜라로 바꿀 수도 있다. 그러면 펩시콜라가 뜰 것이다. 우린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받아쳤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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