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위 1소위에서 장제원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1소위원회 새해 첫 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핵심의 쟁점인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자유한국당은 부정적인 국민여론을 구실로 사실상 의원정수 동결을 주장했고,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의원정수 관련 거대 양당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정수 확대를 위한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4일 국회에서 열린 1소위에서 정개특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연초에 언론에서 다양한 여론조사를 했는데 MBC 여론조사의 경우 80% 넘게 정수확대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SBS 조사는 국회의원 혜택 축소 단서를 붙였는데도 반대가 74.6%였다”며 “국민의 뜻은 명확하다. 국민들이 원치 않으니 연초에 정수확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정치권이) 합의하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을 것이고, 만약 늘릴 수밖에 없다면 국민들에게 허락을 받아야할 문제”라며 사실상 의원정수 확대 반대 입장을 내놨다. 같은 당 정유섭 의원도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 국민 여론조사에서 거의 78%가 반대하니 그 범위 내에서 최대한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의원정수 확대를 위한 3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당을 대표하는 건 아니지만, 여러 의원들 의견을 반영해서 말씀드린다”며 “국민이 (의원정수 확대의 필요성을) 몰라서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의원이 300명이든, 400명이든 국회가 일을 안 한다는 데 답답함이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연동형 비례제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대표성 확대를 위해 의원정수가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국민들이 반대하니 의원정수 확대를 위해 3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3가지 전제조건으로 △국회·정당 개혁 △지역구를 줄이는 정치권 결단 △앞의 두 항목에 대한 여야 5당의 합의를 제시했다.
야 3당은 의원정수와 관련해 거대 양당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정개특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의원정수 확대와 관련해 국민 반대 여론이 높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얘기이고, 그걸 전제로 해서 책임있는 대안을 내놓을 때”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의원정수 동결을 주장한다면 그만큼 지역구를 줄이기 위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정치개혁이 갖는 의미를 국민에게 설득하기보다 당장 욕먹지 않기 위한 선택을 하다보면 정치개혁은 안 되고 정치불신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여론을 주도하는 큰 정당에서 의원정수 문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계속 내왔기 때문에 오히려 의원정수 문제에 대해 국민이 더 회의적인 입장을 표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장제원 의원의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 대표로서 책임있는 자세로 진지한 논의를 이끌어줄 것을 말씀드린다”고 당부했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도 “의원정수를 늘리면 안 된다는 국민여론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국회의 특권을 내려놓고, 국회 예산과 세비 동결, 비례대표 공천 문제 등을 논의하고 실행해가면서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이번에 관철시키는 것이 정개특위 취지에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원혜영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의원정수 확대로 해석되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원 의원은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국민 인식의 뿌리에는 군사독재 이후 줄기차게 다각도로 주입해온 반정치주의가 있다”며 “대법관수를 현재 13명에서 26명으로 두 배로 늘리면 개별 대법관의 권위가 삭감된다고 본다”며 사실상 의원정수 확대 입장에 힘을 실었다.
이날 1소위는 오는 20일까지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한 정개특위 안을 내놓는 것을 잠정 목표로 삼아 다음 주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하루종일 회의를 열기로 했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1소위가 추린 △의석 배분방식(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적극 검토) △지역구 의원 선출방식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비례대표 선출방식 △바람직한 의원정수 △석패율제·이중등록제 도입 여부 △공천제도 개혁 등 7가지 쟁점을 보다 속도감 있게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28일 회의에서 자신이 이철희 민주당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며 회의가 파행된 것과 관련해 “이철희 의원이 연락해와 (오늘) 회의 불참 이유를 밝히면서 다음번 회의에서 유감을 밝히겠다고 해 그 뜻을 수용하고, 소위에 열심히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6일 회의에서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연동형 비례제는 위헌”이라고 주장한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한 방안을 검토한다는) 원내대표들의 합의를 뒤집냐. 이거 사기 아닌가”라고 비판했고, 장 의원이 이틀 뒤 열린 회의에서 이를 문제삼아 소위가 파행된 바 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