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오른쪽 둘째)이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 질문을 듣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이 4일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한 인격 살인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신재민을 분석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손혜원 민주당 의원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공익신고자 보호와 관련된 여당의 발언이 파렴치한 수준”이라며 “전임정부에서 (최순실씨 관련해) 노승일·고영태 등이 제보했을 때는 의인이라고 하더니,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인격 살인’격인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질타했다. 이어 “공정과 정의를 내세운 정권이 공익제보자를 탄압하고 있다는 프레임으로 (자유한국당이) 대응해야 한다”, “일부 의원들의 파렴치한 표현 사례를 부각하면서 현 정부의 위선과 민낯을 부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유한국당은 전날 논평을 내어 신 전 사무관이 자살기도를 하려 했던 것과 관련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젊은 전직 사무관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이날도 “공익제보자를 보호는 못 할망정 신 전 사무관을 조롱하고 폭로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하며 정치공방의 한복판에 끌어들인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손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신재민이 기재부를 퇴직한 지난해 7월 단기간에 큰돈을 버는 일을 획책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종잣돈이 필요해 돈을 만들었지만 여의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후 여론의 주목을 받자, 글을 지웠다가 이날 다시 입장을 내어 “신재민씨 관련 글을 올린 이유는 순수한 공익제보자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글을 내린 이유는 본인이 한 행동을 책임질만한 강단이 없는 사람이라 더는 거론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도 이날 논평을 내어 “손 의원은 신 전 사무관을 향한 인격 살인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은 “신 전 사무관을 향한 정부·여당의 무차별 폭격 경쟁이 점입가경”이라며 “국민은 국회의원으로서 품위는 안중에도 없고 가증과 위선, 뻔뻔하고 무책임한 발언의 대명사가 손 의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내부고발자에 대한 손 의원의 태도는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라며 “박근혜 정부 당시 고영태를 향해서는 의인 중 의인이라며 추켜세우던 그 사람이 손 의원과 동일 인물인지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의원의 발언은 청년층에 대한 무지를 또 한 번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신 전 사무관이 2004년 대학에 입학해 2014년 공무원이된 것을 두고 ‘고시공부기간이 길었다’고 조롱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노량진에서 컵밥 드시면서 고시생들에게 용기를 불러 일으키던 모습과 전혀 호환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공무원 일자리 늘리겠다고 감언이설을 풀어 고시생들을 늘려놓고는 장수생에 대해 조롱하는 비하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변호사 20여명으로 구성된 단체 ‘자유를 수호하는 변호사들’과 함께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범국민 연대를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손 의원의 페이스북 글’과 관련해 “이익 때문이었다는 근거 없는 사실로 제보자의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행동은 부적절하다”며 “공격하고 고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 전 사무관은 외톨이가 된 느낌을 강하게 받았을 것이다. 공포를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민주당이) 고영태 등을 의인으로 치켜세우면서 과도하게 보호했다”며 “그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깨끗해서 보호했느냐? 그분들보다 신 전 사무관이 훨씬 순수하고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했다.
글·사진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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