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전국 15개 조직위원장을 ‘계급장을 떼고 붙는’ 공개오디션 방식으로 선발하자, 정치신인·여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당은 11일 서울 영등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이틀째 조직위원장 공개오디션을 열고 서울 양천을, 서울강남병, 울산울주, 대구동구갑, 경북경산 등 5곳 심사를 진행했다. 지역별로 약 한 시간 동안 후보자 모두발언, 심사위원 질의, 후보 간 토론 등을 한 뒤 현장에 참석한 당원 50인의 투표 40%, 조직강화특위 위원의 심사 점수 60%를 합산해 선발했다.
김용태 사무총장이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서울 양천을에선 변호사 출신 손영택(47) 씨와 오경훈(55) 전 국회의원이 대결해 손씨가 승리했다. ‘젊은 보수’를 강조한 손씨가 오랜 정치 경험을 내세운 오 전 의원보다 판정단의 마음을 더 얻었다. 서울 강남병에서는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지낸 이재인(60) 씨가 국회의장실 정무비서관을 했던 김완영(44) 씨를 꺾었다.
전날에는 더욱 이변이 속출했다. 서울 강남을에서는 보수청년 네트워크 관련 스타트업 ‘청사진’을 운영하는 정원석(31) 씨가 뽑혔다. 그는 이수원(56) 전 국무총리실 정무운영비서관, 이지현(43) 전 서울시의원을 눌렀다. 송파을 당협위원장도 현재 비대위 산하 정당개혁위원으로 활동하는 김성용(33) 씨가 선발됐다.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을 지냈는데 ‘유학파’ 김범수 전 여의도연구원 이사를 제쳤다. 부산 사하갑에서도 40대인 김소정 구의원이 김척수 전 당협위원장과 대결에서 이겼다.
서울 용산에서는 황춘자 전 서울메트로 경영기획본부장이 3선 의원 출신 권영세 전 주중대사를 꺾었다. 황 전 본부장은 한국당 서울시당 여성위원장을 지냈고 지난 20대 총선에서 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했다. 권영세 전 대사는 오디션 뒤 페이스북에 “갑작스러운 당의 요청으로 고민 끝에 새 지역으로 옮겼는데 아직은 고난의 길을 더 가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당이 ‘국민이 직접 선택하도록 하겠다’며 시작한 공개오디션 방식이 ‘세대교체’의 바람을 가져온다는 긍정 평가가 있는 반면, 1시간 만에 평가를 하는 방식이어서 제대로 검증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은 12일에는 5개 지역(경기 성남분당을, 강원 원주을, 충남 당진,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경북 고령·성주·칠곡) 조직위원장을 선발한다. 현역 비례대표인 김순례 의원, 조해진·홍지만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참여한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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