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27 전당대회 날짜와 제2차 북-미 정상회담(베트남, 2월27~28일) 일정이 겹쳐 비상이 걸린 자유한국당이 한반도 화해 분위기 조성을 ‘신북풍’이라고 규정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에 열린 미-북 (1차) 정상회담은 쓰나미로 지방선거를 덮쳐 한국당이 참패를 면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전당대회 날짜와 (북-미) 정상회담 날짜가 공교롭게 겹친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있다. 혹여나 내년 총선에서 신북풍을 시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신북풍으로 재미 본 정부·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신북풍을 계획한다면 ‘아서라 하지 마라’ 말하고 싶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의 이런 주장은 북한이 자유한국당을 견제하려 한국당의 정치 일정에 맞춰 북-미 정상회담처럼 굵직한 이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있고, 북한이 내년 총선에서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도움 되는 돌발 이벤트를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북-미 정상회담 등 북한 비핵화 외교를 두고 ‘알맹이 없는 위장 평화 쇼’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홍준표 전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효과를 감살(감쇄)하려는 북측이 문 정권을 생각해서 한 술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번에는 국민이 알았으면 합니다.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북핵 문제조차도 문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삼으려는 저들의 책략에 분노합니다”라고 적었다.
‘북풍’은 대선·총선 등 중요한 정치 행사를 앞두고 갑자기 또는 의도적으로 발생하는 북한 변수가 표심에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말한다. 1987년 대선 전에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 폭발 사건 당시 폭파범 김현희가 선거 전날 압송돼 입국했고, 1992년 대선 전 국가안전기획부가 간첩 사건인 ‘남조선노동당’ 사건을 발표했다. 두 사건은 당시 여당 후보였던 노태우·김영삼 후보의 당선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과거 국가안전기획부는 이런 ‘북풍’ 공작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한국당의 ‘신북풍’ 공세에 더불어민주당은 반박하고 나섰다. 민병두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국당판 머피의 법칙”이라고 썼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선거철에 북풍을 넘어 총풍을 기획했던 신한국당의 후예들이 신북풍 운운하는 것은 염치없는 행태다”라고 비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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