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9일 티브이조선에서 중계한 당대표 후보 티브이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 갈무리
자유한국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와 관련 “(박 전 대통령이) 돈 한 푼 받은 거 입증이 안 됐다”며 “그런 상황에서 탄핵이 타당한지 이 부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배신한 친박’(배박) 논란에 휩싸이자 박 전 대통령 극렬 지지층인 ‘태극기부대’의 표심을 얻기 위한 작심 발언으로 보인다.
황 전 총리는 19일 <티브이(TV) 조선>에서 중계한 당대표 후보 두번째 티브이 토론회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어쩔수 없었다고 보느냐’는 사회자 질문을 받고 ‘아니다’는 의사를 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황 전 총리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이뤄지기 전에 동시에 법원에서 형사 사법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며 “절차적 문제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객관적 진실이 명확하지 않은데 정치 책임을 묻는다고 해서 쉽사리 탄핵 결정을 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슨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탄핵의 경중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로서 ‘국정농단 공범’ 지목을 받은 그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황 전 총리는 이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헌법재판소의 판결 결과를 부인하면서 중도층 지지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라고 묻자 “기본적으로 탄핵의 정당성을 말한 게 아니라, 탄핵 된 것에 대한 제 의견을 물었기 때문에 이렇게 답한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어 “탄핵에 대해선 안타깝고 그런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제가 보좌하지 못한 점도 안타깝다. 그러나 잘못된 것은 인정하지만 미래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과연 이 땅에 탄핵에 문제 없다, 관계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며 “이 문제에 대해 겸손하게 정리하고 미래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후보는 지난달 자유한국당 입당 기자간담회 당시 ‘탄핵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지금 절실한 게 국민통합”이라며 답을 피했다. ‘국정농단 책임론’에는 “모든 공무원들이 적폐라는 이름으로 무너지는 일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만 했다.
황 후보의 ‘탄핵 반대’ 발언은 최근의 ‘박근혜 배신’ 논란을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황 후보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구치소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이 몸이 불편해 책상과 의자를 넣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또 황 후보가 여러 차례 박 전 대통령을 면회하려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만나주지 않았다는 얘기를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주장한 바 있다. 황 후보는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 “헌재의 (탄핵) 결정을 존중한다”고 해명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어쩔 수 없었던 일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김진태 의원은 “국정농단을 인정하곤 한발짝 나가서 싸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대통령을 자신 손으로 끌어내리고 당대표를 하겠다, 당을 끌고가겠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함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오 전 시장을 겨냥했다. 이어 “탄핵을 인정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국정농단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국정농단을 인정하곤 한발짝 나가서 싸울 수 없다. 인정한다는 것은 당의 간판을 내리고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전 시장은 “탄핵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두 후보와 입장을 달리했다. 그는 “이미 헌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이유가 밝혀진 바 있다”며 “그런 입장을 자유한국당이 견지해야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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