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후보가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장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고양/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개혁보수’와 극단적 ‘강경보수’의 세 대결로 관심을 모은 2위 경쟁에선 중도·개혁보수 가치를 표방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태극기 부대 지지를 받던 김진태 의원을 밀어냈다. 오 전 시장이 얻은 득표율 31%는 당내 개혁보수 세력의 체면을 겨우 살린 결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 전 시장은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대표 투표 결과 4만2653표(31.1%)를 얻었다. 당원 투표에서는 22.9%를 얻는 데 그쳤지만,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50.2%를 차지해, 37.7%를 받은 황교안 대표를 눌렀다. 당원 투표에서 잃은 표를 여론조사에서 크게 만회했다.
오 전 시장은 결과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 결과가 생각보다 너무 높아 무거운 책임을 느꼈다. 앞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융합할 수 있는 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오 전 시장의 득표율은 향후 당내 개혁보수 세력의 입지를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지면서 관심을 받았다. 비박근혜계 사이에서는 오 전 시장이 30~35% 수준은 나와야 그나마 당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봤다. 오 전 시장은 투표 결과 발표 직전 무대에서 “황교안의 정통보수 본색, 오세훈의 개혁보수 본색, 김진태의 투쟁력 있는 보수 본색을 합하자”며 앞으로 개혁보수의 목소리를 키울 것임을 예고했다.
김진태 후보가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고양/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진태 의원은 ‘태극기 부대’의 열성적인 지지 분위기에 견줘 표심이 따라오지 못했다. ‘태극기 부대’ 당원들의 결집력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김 의원은 당원 투표(21.8%)에서도 오 전 시장(22.9%)에게 뒤져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국민 여론조사 결과(12.1%)는 더 낮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부정, 5·18 민주화운동 왜곡 등 보편적 국민 시각과 먼 극단적 주장이 민심과 당심 모두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5·18 망언’의 당사자인 김순례 의원은 ‘3등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그는 이날 정견 발표를 하면서도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전당대회 시작 전 행사장 앞에서 ‘5·18 시국회의’ 등 시민단체가 5·18 민주화운동 모독·왜곡 망언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기습 시위에 나섰고,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빨갱이를 해체하라” 등을 외치며 시위대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려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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