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는 ‘득표율 3%까지’ 주장
뉴질랜드는 1996년 총선부터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소수정당의 진입 문턱은 독일보다 더 낮다. 한 정당이 비례의석을 배분받는 최소한의 요건을 ‘지역구 1석 또는 정당득표율 5% 이상’으로 설정했다. 독일은 ‘지역구 3석 또는 정당득표율 5% 이상’이다.
최근 뉴질랜드에서는 시민사회 중심으로 의회 진입 문턱을 더 낮추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봉쇄조항’ 가운데 정당득표율 5% 요건을 ‘3% 또는 4%’로 조정하자는 것이다. 뉴질랜드 인구는 500만명이 조금 안 되는데, 이들의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반영하려면 소수정당이 더 자유롭게 의회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녹색당은 지난 6일 정당득표율 요건을 4%로 낮추는 내용 등이 담긴 ‘민주주의 구성원 강화 법안’을 발표했다. 뉴질랜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미 2012년 봉쇄조항을 정당득표율 4%로 낮추자고 권고했다.
뉴질랜드 정치전문매체 <폴리틱>은 봉쇄조항 완화 문제가 차기 총선 이후 연립정부 구성의 결정적 요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폴리틱>은 “집권 노동당은 다음 회기에도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이념적 성향이 가까운 녹색당과 뉴질랜드퍼스트당의 진입이 필요한데 현재 여론조사에선 뉴질랜드퍼스트당 지지율이 5%를 밑돈다”며 “제1야당인 국민당으로서도 신보수당이나 마오리당 등이 의회로 재진입하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짚었다. 2017년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5% 선을 넘긴 곳은 국민당(44.45%), 노동당(36.89%), 뉴질랜드퍼스트당(7.20%), 녹색당(6.27%)뿐이다.
시민단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한 운동’은 내년에 예정된 국민투표의 안건으로 ‘정당득표율 요건 완화 찬반 투표’를 포함하자고 주장한다. 뉴질랜드가 국민투표로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결정한 만큼 소수정당 진입의 길을 더 넓히기 위한 봉쇄조항 완화 안건도 국민에게 묻자는 것이다.
샘 허거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한 운동’ 전국위원회 의장은 지난 13일 <한겨레>와 만나 “정당 득표율을 3%로 설정해도 최소 7만표를 받아야 한다. 적지 않은 숫자”라며 “정부가 안건 상정을 공식화하면 이에 따른 캠페인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당에 던진 표는 의미 없는 사표가 되면 안 된다. 내가 찍은 지역구 의원이 낙선했더라도, 정당에 던진 나의 표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도록 (봉쇄조항) 요건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웰링턴/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