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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환골탈태 없었던 정보경찰…수사권조정의 ‘약한 고리’가 됐다

등록 2019-05-13 11:28수정 2019-05-13 13:47

정치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정보경찰 국내정치 개입 드러나자 민주당
“환골탈태 없이 수사권 넘기라고 할 수 없어”
‘치안정보’ 이름으로 아부성 보고서는 여전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정보경찰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의 영포빌딩에서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국내정치 개입이 의심되는 문건들이 다수 발견되면서다. 지난해 3월 19일 이 전 대통령의 공소장에 거론된 경찰이 작성한 문건의 제목을 열거해 봐도 심각성은 금세 알 수 있다. ‘촛불시위 직권조사 과정에서 경찰청장에 대한 경고를 권고한 국가인권위 인적 쇄신 필요’ ‘각종 보조금 지원실태를 재검해 좌파성향 단체는 철저하게 배제, 보수단체 지원 강화’ ‘온·오프라인 상 좌파세력의 투쟁여건 무력화 등 대책’ 등 경찰이 청와대에 보낸 ‘현안참고자료’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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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찰은 ‘환골탈태’ 한 적이 없다

정권이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국가정보원 국내정보 수집을 폐지한 뒤 경찰정보에 더 ‘의존’하게 됐다. 하지만 정보경찰에 대한 인식은 국정원과 사뭇 달랐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에는 한 목소리로 비판하면서도 경찰이 ‘치안정보’라는 이름하에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반응을 보였다. 경찰이 민심을 수집해 그 정도쯤은 대통령에게 보고할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문건만 보더라도 경찰이 정부에 쓴소리를 한 문건은 찾아볼 수 없고, ‘아부성 맞춤형’ 보고에 가까웠다. 정보경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당에서도 예외 없이 나왔다. 지난해 3월16일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수석대변인이 낸 논평을 잠시 살펴보자.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경찰이 조직적으로 벌였다는 댓글공작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 이 시기 경찰청은 보안국 산하 보안사이버수사대뿐만 아니라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둔 수사국과 대국민 홍보기능을 갖춘 대변인실 ,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정보국 등을 동원해 ‘댓글 작성 등 각종 여론 조작 ’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 ‘심리전단 ’ 등 특정 부서가 동원된 국가정보원 ·군과 달리 , 경찰은 ‘공룡 조직 ’의 몸통이 총체적으로 개입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 . 지금 국회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 검찰의 수사 지휘와 기소 독점 , 기소 편의로부터 나타난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치로 보고 있다 . 그러나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넘겨받아야 할 주체인 경찰이 과연 제대로 준비가 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경찰 수뇌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이 조직적으로 댓글공작에 동원된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언론의 폭로 뒤에야 마지못해 나서는 ‘뒷북 대응 ’으로 일관하고 있다 . 경찰이 스스로 과거의 적폐를 씻어내고 국민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환골탈태하지 않는 이상 민주당도 자신 있게 경찰에게 수사권을 넘기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

하지만 경찰은 정권이 바뀌고 ‘환골탈태’한 적이 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이 전 대통령의 고향마을 분위기’ ‘대통령 부부 이미지’를 고민한 보고서를 올렸다면, 현 정부 들어서는 ‘거제 생가·양산 사저 조치 필요사항’ ‘대통령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 제언’ 등의 보고서를 올리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는 정보경찰의 이 행동이 틀렸고, 지금은 이 보고서를 치안정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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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검증까지 도맡은 정보경찰

게다가 정보경찰은 현 정부 들어서 인사검증도 담당하고 있다.

청와대, 장차관 검증 국정원 빠지자 정보경찰에 더 의존’, ‘청와대, 댓글 수사받는 정보경찰에 공직후보 검증 맡겨’ 등 <한겨레>는 그동안 이 문제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과거 정권에서 ‘댓글공작’에 관여한 사람들이 인사검증을 한다는 문제의식이 맞지 않는다, 인사검증의 핵심은 비리나 평판에 관한 것이지 국정철학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기사에서 지적하고 싶었던 요지는 현 정권이 편리함에 깃대 과거 정부처럼 정보경찰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먼저 정보경찰이 하는 인사검증의 실체가 모호하고, 이마저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데 있다. 당시 <한겨레>가 정보경찰의 인사검증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자 청와대는 경찰이 신원조회하는 데는 법적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을 보면 신원조사가 있고, 국가정보원장은 신원조사와 관련한 권한의 일부를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에게 위탁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언급한 보안업무규정상 신원조사 내용을 보면 ‘국가보안을 위하여 국가에 대한 충성심·성실성 및 신뢰성을 조사하기 위하여 신원조사를 한다’고 돼 있다. 경찰이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어떻게 조사한다는 건지도 의문스러울 뿐 아니라 세평 수집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냐는 것이다. 실제 이 인사검증 파일을 확인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경쟁자가 흘린 ‘마타도어성 소문’이 상당수 포함돼 있을 뿐 아니라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렇게 생산된 정보가 어떻게 유통·관리되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단적으로 기자들만 하더라도 인사 세평을 목적으로 한 정보경찰의 전화를 종종 받는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누가 거론되고 있다. 기자들 사이에서 평판이 어떻냐’ ‘회사의 모 선배가 공공기관장에 거론되고 있는데 평소 주량이 어떻게 되느냐. 리더십은 있는 편이냐’ 등의 내용이 대표적이다.

이뿐 아니라 경찰법(제3조)과 경찰관직무집행법(제2조 제4호)을 보더라도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등이 직무의 하나로 규정돼 있을 뿐 인사검증 업무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이 탓에 경찰 스스로도 “경찰이 인사검증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으나 명확한 수권조항이 없어 ‘비공식 업무’와 같이 수행, 법적 근거가 긴요하다(2018년 7월30일자, 정보2과 업무보고서 중 일부)”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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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유지되면 언제든 과거로 회귀”

현재 정보경찰과 관련해 소병훈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치안정보’라는 단어를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정보’로만 바뀌었을 뿐이다. 치안정보라는 개념이 모호해 경찰이 자의적으로 광범위한 정보 수집활동을 할 수 있는 우려가 제기돼 용어를 바꿨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 의미는 모호하기만 하다. 정권을 잡고 나면 권력기관의 속성 탓에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 참여정부가 끝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원점으로 돌아간 국가정보원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예다. 정권이 바뀌고 경찰이 ‘치안정보’라는 이름으로 국내정보 수집을 한다면 그때는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인사검증을 하더라도 ‘양성화된 전문기구’에서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2016년 총선 당시 ‘친박’ 후보를 위해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당시 경찰청 정보국 정보심의관이었던 박기호 치안감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한 말은 새겨볼 만하다. “현재의 시스템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국내정치 개입 보고서를) 요구하면 또 할 수밖에 없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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