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 등으로 국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한국당을 겨냥한 여권의 설득과 압박 전략도 수위가 점차 올라가고 있다. 청와대는 한국당이 제안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의 회동 가능성을 열어뒀고, 더불어민주당은 15일에도 한국당과 물밑 접촉을 이어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임계점에 우리 모두 도달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강원도 산불 현장을 방문해 피해복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증진을 약속하고 왔다. 추경이 왜 조속히 추진돼야 하는지 한국당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가 ‘임계점’을 언급한 것은 추경예산 처리가 그만큼 급박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는 만큼 그 전에 추경을 처리하지 않으면 예결위 구성 등의 문제로 심사가 언제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예결위 민주당 관계자는 “추경 예산안(6조7천억원)의 규모가 크지 않고, 구체적 항목을 보더라도 큰 쟁점이 많지 않다. 재난·재해 예산은 협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며 “밤새워 심사하더라도 일주일 정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늦어도 20일에는 (추경 내용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두 당의 물밑 협상도 한창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도 나 원내대표를 여러 차례 만나 대화를 이어갔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전날 나 원내대표를 인사차 방문해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뽑히면 교섭단체 원내대표끼리라도 만나 대화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고, 나 원내대표는 전향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도 여야정 상설협의체와 별도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주장하는 한국당의 요구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출범 당시 5당 원내대표가 모두 참석하는 것으로 이미 결론을 냈던 것이라 이 틀을 깰 수는 없다”면서도 “국회에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합의해 대통령과 회동을 제안한다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와 별도로 회동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당은 아직 요지부동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문 정권 5대 의혹 관련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좀처럼 5당 여야정 상설협의체에 대해 미련을 놓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가 나서면 나설수록 여야정 협의가 아니라 여야정 파탄이 조장되고 있다”며 “청와대는 가만히 있는 게 낫다. (국회 협상에서) 차라리 뒤로 빠지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형식보다 실질이 (중요한데) 형식을 가지고 (청와대에서) 트집을 잡으니 차라리 빠지는 게 낫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국회 정상화의 전제 조건으로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서영지 성연철 정유경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