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기한을 두달 연장하는 안 등의 합의문 발표를 서로 권하며 웃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을 연장하면서 정개특위 위원장을 교체하고 특위 위원장 한 자리는 자유한국당에 주기로 합의했다. 한국당의 ‘조건 없는 전체 상임위 복귀’ 선언도 나와 사실상 정상화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한국당으로부터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나 본회의 참여 약속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특위 위원장까지 양보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판단 미스라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관련기사 5면
■ 패스트트랙 관련 특위 극적 연장 민주당 이인영, 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10시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활동 기한을 두달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합의문에는 △정개특위·사개특위 8월31일까지 연장 △양대 특위 위원장 교섭단체 1·2당이 분점 △정개특위 위원 정수 확대 △상임위원장 임명 및 특위 연장안 6월28일 본회의 처리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합의는 오전 11시에 소집된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추인과 3당 원내대표의 공동발표 회견을 거쳐 공식화됐다.
한국당 의총에서는 ‘전체 상임위 무조건 복귀 선언’도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정상 국회가 되는 과정에서 앞으로 한국당 투쟁을 어떻게 갈 것이냐는 논의가 있었다”며 “우리 당은 오늘부로 상임위에 전격적으로 조건 없이 등원하고 복귀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상 무조건 등원 아니냐’는 기자들 물음에는 “일단은 (국회 전체가 아닌) 상임위에 무조건 등원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선을 그었다.
그 뒤 여야는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이달 30일 종료되는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의 활동 기간을 8월31일까지 2개월 연장하는 안을 가결했다. 정개특위 활동 기간 연장의 건은 재적 215명 중 찬성 207명, 반대 4명, 기권 4명, 사개특위 활동 기간 연장의 건은 재적 220명 중 찬성 201명, 반대 5명, 기권 14명이었다. 여야 합의에 따라 본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 4월5일 이후 84일 만이다. 정개특위 구성을 바꾸는 안도 가결됐다. 한국당 소속 위원을 1명 추가해 더불어민주당 8명, 자유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비교섭단체 2명 등 총 19명으로 특위를 꾸리기로 한 것이다.
■ 합의문 도출 배경 이날 전격 합의가 도출된 것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법안 지정 과정에서 빚어진 극한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여야 모두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두 특위의 활동 마감 시한(6월30일)이 다가오면서 한국당을 뺀 여야 정개특위 위원들은 ‘특위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활동 시한 전에 표결을 강행하겠다’고 한국당을 압박해왔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개특위가 연장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된다면 선거제도 개혁안을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표결을 강행할 경우 한국당과의 충돌은 불가피했고, 표결을 하지 않은 채 특위가 해산되는 것도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민주당에는 부담이었다.
결국 교섭단체 3당 모두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 한발씩 물러선 모양새다. 이날 합의로 민주당은 ‘특위 활동 2개월 연장’을, 한국당은 ‘특위 위원장 및 위원 수 조정’이라는 전리품을 얻었지만, 더 큰 실익을 챙긴 것은 한국당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당이 애초 민주당(사개특위)·정의당(정개특위) 몫이었던 특위 위원장 자리 중 하나를 따내면서도 정작 민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예결위 가동과 추경안 처리에 대해선 아무런 약속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조건 없는 전체 상임위 복귀’를 선언했지만, ‘완전한 국회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상임위는 전부 다 들어가는 게 우리한테 유리하다. 그러나 여당이 아쉬워하는 예결위는 안 해줘도 된다. 꽃놀이패는 우리가 쥐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런 한국당의 기류를 의식한 듯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합의안 발표 직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상임위만 참석하고 추가경정예산안은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졸렬한 발상으로는 국민에게 존경받지 못한다”고 했다.
■ 민주당 내 일부·정의당 불만 하지만 오후 들어 이날 합의를 두고 정의당은 물론 민주당 안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이 깔끔하게 국회에 복귀한 것도 아니다. 얻은 것도 없이 우리 쪽 몫인 위원장 자리를 왜 내어주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에 정개특위에서 선거법안을 의결해 법사위로 넘겼어야 했다. 8월에도 의결하지 못하면 연내 처리가 어려워지고, 그렇게 되면 선거법 개정은 물건너간다”고 우려했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제 개혁을 좌초시키기 위한 한국당의 집요한 떼쓰기가 관철된 것”이라며 “선거제 개혁에 대한 민주당의 진의가 무엇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김원철 서영지 장나래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