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69회 본회의에서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민주평화당 장병완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기한 연장과 위원장 교체에 합의하면서 패스트트랙에 오른 정치·사법제도 개혁안의 처리 일정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합의의 핵심은 두 특위의 활동기한을 2개월 연장하면서 위원장 두 자리 가운데 하나를 자유한국당에 넘기기로 했다는 점이다. 한국당이 만약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게 되면 선거제 개편안의 본회의 상정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법안 처리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3당 원내대표는 합의문에 ‘특위의 위원장은 교섭단체가 맡되, 의석수 순위에 따라 1개씩 맡는다’고 명기했다. 의석수가 많은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위원장 한 자리를 고르면, 한국당이 남는 한 자리를 맡는 방식이다. 어느 경우든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 맡고 있는 정개특위 위원장 교체는 불가피하다. 각 특위 위원 구성에도 변화가 생긴다. 정개특위에는 자유한국당 몫으로 1명을 더 배치하기로 하면서 총 위원 수는 19명(민주당 8·한국당 7·바른미래당 2·비교섭단체 2)이 됐다. 이날 합의문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사개특위도 기존 민주당 8명,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에서 비교섭단체 몫을 1명 더 두기로 하면서 19명이 됐다.
전날까지도 ‘특위 연장 불가’ 방침을 고수하던 한국당이 입장을 바꾼 건, 정개특위에서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편안을 의결하는 상황을 막고 어떻게든 처리 시기를 늦춰야 했기 때문이다. 전날까지 여야 4당은 특위 기한 연장이 안 되면 밤을 새워서라도 정개특위에서 선거법을 의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민주당 역시 한국당을 제쳐놓고 선거제 개편안을 처리할 경우 국회 장기 파행을 감수해야 했던 만큼, 2개월 연장 카드가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법제사법위 자동상정에 필요한 180일(올해 10월)이 경과하지 않아도 활동기한이 끝나는 2개월 뒤에는 의결을 강행할 명분이 생긴다고 본 것이다.
문제는 선거제 개편을 무산시키는 게 목적인 한국당이 남은 2개월 동안에도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만약 정개특위 위원장을 한국당이 맡게 된다면 180일을 다 채운 뒤에야 법사위에 자동상정되도록 8월말에도 법안 상정을 거부할 게 확실하다. 이렇게 되면 선거제 개편안은 10월말 법사위로 넘어가 심사기간 90일을 다 채운 뒤 내년 1월말에야 본회의로 넘어가게 된다.
선거제 개편안의 패스트트랙 진행 일정이 늦춰지더라도 지난 4월말 패스트트랙 지정을 성사시킨 ‘4당 공조’에 균열이 생기지 않는다면, 법사위를 거쳐 선거제와 사법제도 개혁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그러나 선거가 다가올수록 개별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해지기 때문에 지도부의 리더십 발휘가 어려워진다는 게 문제다. 4당 공조도 느슨해지면 선거제 개편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정개특위 위원장이 한국당으로 넘어가는 상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민주당 안에서도 나온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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