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연속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는 건 ‘3김 시대’가 저문 뒤 여의도에 정착된 정치적 불문율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정치인으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지역구에 터를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21대 총선이 28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비례대표 의원들 대부분은 일찌감치 지역구를 정하고 바닥 민심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을 유형별로 정리해봤다.
대선 주자급 거물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들에게 내년 총선은 대선에 2년 앞서 펼쳐지는 전초전이나 다름없다. 총선 결과는 이들에게 비상의 날개를 달아줄 수도, 정치 인생을 끝나게 만들 수도 있는 만큼, 어느 지역에 나가느냐를 두고 복잡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윤보선(4대), 노무현(16대), 이명박(17대) 전 대통령까지 지역구 국회의원 출신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해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는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같은 당 소속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19대에 이어 20대까지 내리 당선된 지역구다. 6선인 정 전 국회의장은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불출마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상위권에 위치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종로 출마설이 돈다.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 원내에 진입해야 당 내부 장악력을 키우고 ‘정치적 근육’을 단련할 수 있는 까닭에, 그에게 총선 출마는 ‘필수 코스’다. 다만 황 대표의 핵심 측근들은 위험 부담이 큰 종로보다는 비례대표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게 변수다.
행정안전부 장관을 마치고 돌아온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당의 대표적 험지인 대구 수성갑에서 ‘수성전’을 벌인다. 민주당에 시들해져가는 지역 민심을 극복하고 재선에 성공한다면 확실한 차기 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부산 진갑이 지역구인 같은 당 김영춘 의원도 비슷한 처지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며 정권의 수혜를 입은 만큼, 반드시 재선에 성공해야 더 큰 꿈을 품어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한국당이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서울 광진을에 도전한다. 상대는 이 지역에서만 5선을 한 추미애 민주당 전 대표다. 이곳에서 당선되면 ‘황교안 독주체제’를 흔들면서 한국당의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다시 한번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정유경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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