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국회 회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무산되자 더불어민주당은 기자간담회를 2시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간에 국회 기자단에 시간을 ‘통보’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내실 있는 진행을 위해 간담회를 3일로 미룰 수 없느냐’는 기자단 문의에 ‘절대 불가’ 입장을 못 박았다. 국회 기자단에선 “자료요청권도 없고, 제출된 자료를 근거로 일문일답식 검증도 불가능한 만큼 후보자를 위한 면피용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누구든 기자들 앞에서 입장을 밝힐 권리가 있고, 언론 역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라도 취재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막상 간담회 시간과 장소가 확정되자 언론사끼리의 취재·보도 경쟁은 피할 수 없었다. 국회 간담회가 열리기로 예정된 국회 246호실에 오후 2시부터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민주당 의원총회장으로 주로 사용되던 이곳은 3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공간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취재 인원을 언론사당 한명으로 제한하자 반발도 일었다. 당직자들은 회의장 안에서 언론사를 확인한 뒤 미리 준비된 비표를 나눠줬다. 이 과정에서 국회 6개월 출입정지를 당한 바 있는 보수 유튜브 매체 <신의한수> 기자가 퇴장을 당하며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민주당은 신의한수를 내보내고 있다”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간담회 예정 시각보다 1시간가량 일찍 국회에 도착했던 조 후보자는 3시30분께 간담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왼쪽 어깨에 백팩을 메고 있었고, 한 손에는 검은색 서류가방이 들려 있었다. 200여명이 모인 기자들 사이를 걸어 준비된 회견석에 앉은 그는 가장 먼저 가방을 열어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 들었다. 기자회견은 조 후보자의 모두 발언 뒤 질의응답 순서로 이어졌다.
많은 기자가 모인 만큼 순서가 돌아가기 위해 기자들에게 주어진 질문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았고, 답변 시간은 넉넉했다. 질문 순서가 되자 기자들 10여명이 계속 손을 들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한번도 안 하신 분만 먼저 손을 들어달라. 다른 언론에서 이의를 제기한다”고 요청했다. 기자의 질문이 길어지면 “짧게”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여론을 의식해 자세를 낮추기는 했어도, 시종일관 적극적인 답변 태도를 보였다. 조 후보자는 “서서 질문을 해달라. 카메라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부탁하기도 했고, 복수의 질문이 들어오면 메모를 하며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간담회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선 “뒤에 (기자들을) 좀 빼면 좋지 않을까요. 빼주면 진행에 도움이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준비해 온 자료를 보는 자신을 촬영기자들이 뒤에서 찍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한 것이다.
그는 전반적으로 침착한 모습을 보였지만, 딸의 신상과 관련한 발언을 하면서 격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조 후보자는 ‘딸이 포르셰를 타고 다닌다’는 등 가짜 뉴스가 도를 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혼자 사는 제 딸아이에게 밤 10시에 남자 기자 2명이 문을 두드리며 나오라고 할 필요가 있느냐”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기도 했다.
서영지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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