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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의원 정수 확대’ 외면하는 민주-한국 거대양당 카르텔

등록 2019-11-04 04:59수정 2019-11-04 10:11

선거제 개혁 막판쟁점 재부상
지역구 축소 안해 반발 적고
국회 대표성 높일 수 있지만…

‘정치 불신’ 조장한 두 정당이
‘반대 여론’ 근거로 논의 차단
“기득권 유지 악순환 끊어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도 개혁 관련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앞쪽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전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전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도 개혁 관련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앞쪽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전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전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돼 오는 27일 본회의에 부의되는 선거제도 개혁안의 막판 쟁점으로 ‘의원 정수 확대’가 다시 제기됐지만, 여야 거대 정당의 외면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의원 정수 확대 논의가 배제되는 과정은 제도의 실현 여부를 떠나 우리 정치권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기성 정치권의 정치불신 조장’→‘정치불신으로 의원 정수 확대 부정적 여론 확산’→‘여론을 근거로 의원 정수 확대 논의 차단’→‘기성 정치권의 기득권 유지’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올바른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여야가 관련 논의를 시작하는 한편 국민을 설득하고 정치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개혁 방안 논의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선거제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인 만큼 막연한 정치불신 여론에 기대기보다, 거대 정당의 오랜 ‘기득권 동맹’을 깰 수 있는 논의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지적이다.

■ ‘의원 정수 확대’ 다시 쟁점이 될 수 있을까

선거제도를 바꾸는 건 여야의 합의를 통해 처리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선거제도 개혁안은 지역구를 225석(현행 253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지역구 의석을 28석이나 줄이는 것이어서, 이해관계가 복잡한 여야가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고려해 선거제도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당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말 의원 정수 확대론을 다시 꺼냈고,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가칭) 의원들이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거대 정당은 ‘철옹성’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30일 여의도연구원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민 73.2%가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역시 여론을 의식해 정수 확대 논의에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여야 거대 정당의 내부 사정이 변수가 될 수는 있다. 정치권에서는 거대 양당 모두 지역구가 축소되는 의원들의 반발 탓에 패스트트랙에 오른 합의안조차 본회의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많다. 지역구를 줄이는 게 어렵다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고 비례대표 숫자를 확보해서라도 선거제도 개혁을 완수하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 비례성·대표성 위해 검토 필요

애초 의원 정수 확대는 선거제도 개혁의 본래 취지인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제안된 방안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는 약 17만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9만9천명과 비교해 대표성이 크게 떨어진다. 앞서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1 범위에서 정하도록 제안했다. 현재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 비율이 5.38(253석):1(47석)로 비례대표 의석수가 적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3년 12월 발표한 ‘정치개혁 입법과 관련한 대국회 서신’을 통해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역구를 줄이는 것보다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현 상황에서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면 많은 농어촌 지역에서 2~4개의 자치행정구역이 하나의 선거구로 통폐합돼 ‘지역 대표성’이 무너지게 된다”며 “국민의 비판과 불신이 적지 않지만, 현재의 의원 정수는 우리나라 인구수와 비교할 때 많은 수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 숫자가 아니라 국회의 질”이라고 강조했다.

■ 문제는 여론…‘국회개혁’도 필요

문제는 부정적인 국민 여론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70%를 넘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회가 이 정도로 국민에게 불신을 받으면 응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감한 국회개혁이 전제돼야 최소한 국민이 의원 정수 확대에 설득이 안 되더라도 이해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라도 국회개혁을 함께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회개혁 방안으로는 △세비·보좌진 축소 등 특권 내려놓기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 등 공직자윤리법 강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도 등이 꼽힌다.

이와 관련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단순히 의원 정수를 줄이는 게 정치개혁의 본질은 아니다. 국회의원 1명이 많은 사람을 대표하게 되면 대표성과 책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국회가 변하지 않고 국회의원 수만 늘리면 반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회가 먼저 상시 국회 등 국민에게 명백히 담보할 만한 개혁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짚었다.

의원 정수 확대와 관련해 보수세력이 낙인찍어놓은 혐오 프레임을 깨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정치혐오와 불신을 국회의원들 스스로 초래했지만, 의원 정수 확대가 곧 혈세 낭비 및 정쟁 증가 등으로 이어진다는 혐오 프레임이 워낙 강고해 의원 정수 확대 논의 자체가 시작부터 봉쇄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정치혐오를 만든 당사자들이 정치혐오 때문에 의원 정수 확대를 못 한다는 논리를 쓰고 있다. 자신들이 만든 정치혐오를 이용해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할 일이 아니라, 거대 양당은 어떻게 국회를 개혁하고 신뢰를 회복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하 대표는 변호사 시장을 예로 들며 “시민들이 변호사들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그 대안으로 변호사를 많이 뽑아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버렸다. 반면 국회의원은 시민들의 불만이 많은 데도 정치권과 언론 모두 더 뽑으면 안 된다고 진입장벽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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