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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3 21:35 수정 : 2020.01.14 02:39

문희상 국회의장이 13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이로써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오른 검찰개혁 3법의 입법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검경 수사권 조정안 내용 보니]

형사소송법 65년만에 개정
경찰에 1차 수사권·종결권 주어져

부패·선거·대형참사 등 중요범죄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도 제한

‘검찰 재수사 요청-경찰 불송치’
무한 반복 막을 장치 마련 필요
자치경찰제 도입 등도 남은 과제

문희상 국회의장이 13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이로써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오른 검찰개혁 3법의 입법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경찰이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한다’는 형사소송법이 65년 만에 개정됐다. 검사가 사건 송치 전에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내용을 폐지한 게 핵심이다. 형소법과 함께 개정된 검찰청법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경찰의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난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의 여정이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소법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검사와 경찰을 ‘협력 관계’로 규정한 부분이다.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형소법(196조) 조항은 1954년 9월23일 제정된 뒤 지금껏 바뀐 적이 없었다. 이번에 두 수사기관의 관계가 지휘에서 협력으로 바뀌면서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이 주어진 것이다.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경찰의 수십년 숙원이 이뤄진 셈이다.

검사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정당한 이유 없이 판사에게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이 각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동의할 때만 증거로 쓸 수 있도록 한 부분은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조항으로 꼽힌다.

곳곳에 사법경찰관에 대한 통제장치도 마련했다. 검사가 공소제기 및 유지, 영장 청구에 필요한 경우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고,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이를 이행하도록 했다.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검찰총장이나 각 검찰청 검사장은 해당 경찰의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정당한 이유’라는 문구가 모호해 향후 검경 갈등이나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다.

또 경찰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수사 과정에서 법령 위반, 인권침해 또는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있는 경우 검사에게 구제를 신청할 수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고 명시했다. 신고가 있으면 검사가 경찰에게 사건기록 등본의 송부를 요구할 수도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제한됐다. 개정 검찰청법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등으로 한정했다. 이 외 일반 형사사건은 사실상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갖는다. 범죄 혐의가 있으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는 건 지금과 같지만, 불송치하는 경우 검사가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증거물을 받더라도 90일 이내에 이를 사법경찰관에게 돌려줘야 한다. 검사는 사법경찰관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은 게 위법·부당할 때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향후 시행령 등으로 다듬어져야 할 부분도 있다. 검찰이 재수사 요청을 하더라도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하고, 다시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하는 상황이 무한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12월30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수정안을 내놓은 여야 의원들은 “재수사 요청의 반복을 방지하기 위한 세부 수사 준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일부에서 제기되는 경찰 비대화를 막기 위해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사법경찰직무에 종사하지 않는 경찰의 사법경찰직무 개입·관여 금지,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을 지체 없이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합의한 바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신설, 정보경찰의 치안정보 수집 규정을 삭제한 내용 등을 담은 경찰개혁법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에 계류돼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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