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출범식에서 이해찬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땀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키드’ 김남국 변호사가 출마한 서울 강서갑 지역구의 교통정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도부는 김 변호사를 다른 지역으로 출마시키는 대신 금태섭 의원에게 일종의 ‘사과성 입장 표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열린 민주당 지도부 긴급 간담회에서 강서갑의 출마자 정리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일부 고위 관계자는 금 의원에게 당원과 지지자들을 상대로 사과 메시지를 내도록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금 의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처리 과정에서 기권을 한 것에 대해 입장을 내게 한 뒤 당의 최종 결론을 발표하자는 얘기였다.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는 당 안팎 열성 지지층을 의식한 조처였다.
하지만 일부 참석자가 ‘그럴 경우 비판적 지지층과 중도층의 반발을 키워 수도권 선거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자, 당의 발표와 동시에 입장문을 내거나 발표 뒤 내도록 하자는 절충안까지 나왔다고 한다. 결국 회의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21일 열리는 공천관리위원회 회의로 공을 넘겼다.
김 변호사의 강서갑 공천 신청으로 ‘조국 대 반조국’ 구도가 불거지는 데 대한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도부가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열성 지지층의 반응을 의식해서다. 민주당 누리집의 당원 게시판은 이날도 금 의원과 김 변호사를 경선에 부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한편에선 상황이 이렇게 꼬인 데는 지도부 책임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서갑을 추가공모 지역으로 지정하지 않고 등록한 예비후보만으로 경선을 치렀으면 상황은 쉽게 수습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정봉주 전 의원이 금 의원을 ‘빨간 점퍼 민주당원’이라고 비난하며 출마를 선언했다가 미투 의혹으로 낙마한 뒤 금 의원과 원외 인사인 안성현·한명희씨 등이 예비후보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이곳을 추가공모 지역으로 발표하고, <조국 백서> 집필진인 김 변호사가 출마 뜻을 밝히자 ‘밉보인 금태섭을 조국 키드를 자객공천해 찍어내려 한다’는 논란이 커졌다.
성남분당을이 지역구인 김병욱 의원은 통화에서 “지역을 돌 때, 공정·정의 등 우리 당의 우월적 가치에 대해서조차 주민들과 토론하기가 꺼려진다. 지금 조국 문제로 논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서영지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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