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된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5일 한 대학 단과대학장을 맡고 있는 친구가 보낸 장관취임 축하난이 놓여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당-청 갈등 폭발 4가지 이유
‘1·2 개각’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반발은 표면적으로 ‘유시민 비토(거부)’라는 양상을 띠고 나타났다. 하지만 그 밑바닥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누적된 불만과 당-청간 의사소통의 실패, 정파간 대립구도 등 복합적 요인이 뒤엉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일방 통행에 의원들 모멸감 느껴
①‘청와대가 당을 무시한다’
지난 4일 성명을 발표해 집단행동에 나선 초·재선 의원 18명의 요구는 ‘당과 청와대의 상호존중’으로 요약된다. 청와대의 ‘일방통행’은 더 이상 곤란하다는 얘기다. 김영춘 의원은 “당의 다수 의원들의 충정이 거듭 모욕당하고 무시됐다”며 “당-청 관계의 근본적인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경 의원도 “당-청 관계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이 인사 문제를 계기로 폭발했다”며 “이번 사안을 보면 청와대가 당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무주에서 열린 당 워크숍 이후 의원들은 당-청 관계 재정립과 인사쇄신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여당의 의견이 국정운영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었다. 상당수 의원들은 이번 개각을 이런 거듭된 요구에 대한 ‘무시’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최재천 의원은 “당-청의 의사소통 부재가 근본 원인”이라며 “입체전투를 벌여야 할 당과 청와대 정부가 분대단위의 각개전투를 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유 입각’ 반어법 오해 철학이전 소통의 문제
②실패한 의사소통
1·2 개각 전 이해찬 국무총리가 유시민 의원의 입각에 대한 의사를 타진하자, 몇몇 중진 의원들은 “당의 분란요인이 사라지게 됐으니 환영할 일”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런 의견은 그대로 노 대통령에게 전해졌고, 이는 유 의원을 입각시킨 배경으로 작용했다.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돌이켜보면 청와대 쪽도 당과 나름의 의사소통을 시도했으나 오해가 빚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세균 의장의 입각 과정을 보면 더욱 심각한 소통의 문제가 드러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정 의장이 당연히 당 문제를 알아서 정리했을 것으로 보고 그냥 발표했다”며 “청와대가 너무 안일하게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중대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기초적인 의사확인조차 없었던 셈이다. 이인영 의원은 “이번 문제는 철학과 노선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강래 의원도 “인식의 차이가 큰 상황에서 소통조차 안 되니 꼬일대로 꼬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할만하면 청와대 ‘사고’ 연정 등 뒷감당에 앙금 ③대통령에 대한 누적된 불만 무엇보다 이번 파문은 노 대통령에 대한 의원들의 쌓인 감정이 일거에 폭발한 측면이 크다.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당 지지율이 오를만 하면 청와대가 꼭 사고를 친다”며 “노 대통령이 6개월마다 주기적으로 당을 망가뜨린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노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은 칼집에 넣어서 박물관으로 보내라”고 일갈한 이후 정국이 보안법 폐지를 둘러싼 이념논쟁으로 번졌다. 당시 당 쪽에선 “노 대통령이 여당이 짜놓은 일정표에 재를 뿌렸다”고 아쉬워했다. 또 당이 추진하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노 대통령이 제동을 건 대목에 대해서도 당 쪽에선 불만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 노 대통령이 제기한 연정론에 반대하면서도 목소리를 자제해온 의원들이 이번엔 공개적으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병문 의원은 “연정론을 비롯해 청와대가 일을 저지르면 당에선 수습하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친노-반노 대결 심화 전대 앞두고 합종연횡 ④정파간 대립구도 이번 파문은 본질적으로 당내 각 정파간 철학과 생각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련)’와 ‘의정연센터’ 등 이른바 ‘친노 계열’을 제외한 대다수 정파 및 무당파 의원들이 반기를 든 대목이 눈에 띈다. ‘친노 계열’의 한 의원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당내 역학관계가 ‘친노-반노’의 대결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시민 의원도 지난해 10·26 재선거 참패 직후 불거진 의원들의 청와대 공격에 대해 “당내 소수파에 대한 다수파 연합의 공격”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2·18 전당대회를 앞둔 정파간 경쟁구도도 이번 파문에 미묘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김근태 의원쪽의 다수 의원들이 청와대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는 대목이 두드러진다. 이에 대해선 참정련 쪽과의 전당대회 연대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친노 계열’의 한 의원은 “정 전 장관과 가까운 몇몇 의원들이 청와대 공격에 앞장서는 바람에 정 전 장관이 덤터기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1·2 개각 전 이해찬 국무총리가 유시민 의원의 입각에 대한 의사를 타진하자, 몇몇 중진 의원들은 “당의 분란요인이 사라지게 됐으니 환영할 일”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런 의견은 그대로 노 대통령에게 전해졌고, 이는 유 의원을 입각시킨 배경으로 작용했다.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돌이켜보면 청와대 쪽도 당과 나름의 의사소통을 시도했으나 오해가 빚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세균 의장의 입각 과정을 보면 더욱 심각한 소통의 문제가 드러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정 의장이 당연히 당 문제를 알아서 정리했을 것으로 보고 그냥 발표했다”며 “청와대가 너무 안일하게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중대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기초적인 의사확인조차 없었던 셈이다. 이인영 의원은 “이번 문제는 철학과 노선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강래 의원도 “인식의 차이가 큰 상황에서 소통조차 안 되니 꼬일대로 꼬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할만하면 청와대 ‘사고’ 연정 등 뒷감당에 앙금 ③대통령에 대한 누적된 불만 무엇보다 이번 파문은 노 대통령에 대한 의원들의 쌓인 감정이 일거에 폭발한 측면이 크다.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당 지지율이 오를만 하면 청와대가 꼭 사고를 친다”며 “노 대통령이 6개월마다 주기적으로 당을 망가뜨린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노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은 칼집에 넣어서 박물관으로 보내라”고 일갈한 이후 정국이 보안법 폐지를 둘러싼 이념논쟁으로 번졌다. 당시 당 쪽에선 “노 대통령이 여당이 짜놓은 일정표에 재를 뿌렸다”고 아쉬워했다. 또 당이 추진하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노 대통령이 제동을 건 대목에 대해서도 당 쪽에선 불만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 노 대통령이 제기한 연정론에 반대하면서도 목소리를 자제해온 의원들이 이번엔 공개적으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병문 의원은 “연정론을 비롯해 청와대가 일을 저지르면 당에선 수습하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친노-반노 대결 심화 전대 앞두고 합종연횡 ④정파간 대립구도 이번 파문은 본질적으로 당내 각 정파간 철학과 생각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련)’와 ‘의정연센터’ 등 이른바 ‘친노 계열’을 제외한 대다수 정파 및 무당파 의원들이 반기를 든 대목이 눈에 띈다. ‘친노 계열’의 한 의원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당내 역학관계가 ‘친노-반노’의 대결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시민 의원도 지난해 10·26 재선거 참패 직후 불거진 의원들의 청와대 공격에 대해 “당내 소수파에 대한 다수파 연합의 공격”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2·18 전당대회를 앞둔 정파간 경쟁구도도 이번 파문에 미묘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김근태 의원쪽의 다수 의원들이 청와대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는 대목이 두드러진다. 이에 대해선 참정련 쪽과의 전당대회 연대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친노 계열’의 한 의원은 “정 전 장관과 가까운 몇몇 의원들이 청와대 공격에 앞장서는 바람에 정 전 장관이 덤터기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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