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최고위에서 김종인 비대위 문제는 차기 원내대표 지도부로 넘기겠다는 방침을 전했다.30일 오후 국회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 앞이 어둠에 쌓여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4·15 총선 참패 이후 보름 내내 갈팡질팡하던 미래통합당이 결국은 차기 원내지도부로 ‘공’을 넘겼다. 그러나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꼽히는 당내 중진그룹의 의견도 제각각이어서 혼란은 좀 더 길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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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대위’가 원내대표 선거 핵심 쟁점으로
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30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당헌 당규에 따라 의견을 취합하고 민주적으로 당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며 “저의 역할은 여기까지, 앞으로 당의 진로는 새롭게 선출된 원내대표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 권한대행은 당 쇄신책으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앞장서왔다. 그러나 8월31일까지로 규정된 비대위원장 임기를 연장하기 위한 상임전국위원회가 불발되자 전열 재정비에 나설 동력을 아예 잃어버린 셈이 됐다. 이에 따라 새 원내대표 경선이 예정된 오는 8일까지 당 쇄신책을 둘러싼 진통은 좀 더 이어지게 됐다. 더욱이 김 전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수락 여부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그간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하던 의원들마저 입장을 바꾸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분출하면서, 결국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김종인 비대위 찬반 여부를 묻는 투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재선 당선자는 “지도체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가 현재로서 가장 시급한 현안이니, 원내대표 후보들에 대한 첫번째 질문은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무엇이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통합당의 새 원내대표 후보군은 수면 아래에 있다. 김종인 비대위 구성 자체가 불투명해 당권 주자와 원내대표 주자가 혼재돼 있는데다, 180석 넘는 슈퍼 여당을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정진석·주호영·서병수·조경태(5선), 권영세·김기현(4선), 하태경·김태흠·유의동·조해진(3선) 등이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주말이 지나면서 ‘눈치 경쟁’을 마친 후보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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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에게 왜 읍소하나” 대 “김종인과 함께 가야” 중진들도 제각각
30일 <한겨레>가 원내대표 예비 주자와 중진들에게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입장을 들어본 결과, 스펙트럼이 매우 넓었다. 김종인 비대위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한 이는 하태경 의원이었다. 그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김종인 비대위와 같이 가겠다는 쪽과 아닌 쪽이 갈리는 경선이 될 것”이라며 “경선에 출마하게 되면 김종인 비대위와 함께 가겠다는 내용을 핵심 공약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정진석 의원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관리가 아닌 혁신형 비대위원장”이라며 “김종인 위원장도 지금 상황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조해진 의원은 “현재까지 거론된 해법인 김종인 비대위를 먼저 추진하고, 두달 정도 뒤에 성과가 보이면 임기 연장 여부를 논의하자”는 일종의 절충안을 제안했다.
애초 김종인 비대위를 지지했으나 유보적 의견으로 돌아선 이들도 있다. 주호영 의원은 “비대위원장 임기 문제가 꼬이면서 김종인 비대위로 가자고 말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결과적으로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다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유의동 의원 역시 “현 상황에서는 김종인 비대위냐 아니냐를 논의할 게 아니라, 새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에 대해 완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의원들도 있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김종인 전 위원장도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서 설득력을 잃지 않았느냐”며 “새 원내대표가 당헌에 따라 8월 말 전당대회를 소집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면 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기현 의원도 “비대위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꼭 김 전 위원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읍소하듯 찾아가 자리를 넘기는 모습이 공당으로서 바람직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하루빨리 혼란을 수습하자는 차원에서 원내대표 경선을 앞당기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황보승희 당선자 등 부산 지역 초선 당선자 9명은 입장문을 내고 당선자 워크숍과 원내대표 선거를 앞당길 것을 요청했다.
노현웅 장나래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