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 19 국난극복위원장이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 19 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 19 국난극복위원장이 6일 이천 물류창고 화재의 유가족과 나눈 대화 내용을 두고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가족의 슬픔과 분노는 아프도록 이해한다. 유가족의 마음에 제 얕은 생각이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그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것은 저의 수양 부족”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미래통합당 장제원 의원 등이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좋은 충고를 해주신대 대해 감사하다”며 “저에 대한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유가족과 당국의 협의가 유가족의 뜻을 최대한 반영하며 빨리 마무리되기 바란다”며 “이번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데 저도 민주당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전날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이천시 서희 청소년문화센터 체육관을 찾아 조문한 뒤 유족을 만났다. 격앙된 유족들은 이 전 총리에게 “무슨 대책을 갖고 왔느냐”고 물었고, 일부 유족은 욕설도 했다. 이에 이 전 총리는 “지금 현직에 있지 않아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는 게 아니다”, “책임이 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자기가 뭔가를 하겠다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 “저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한 조문객으로 왔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그는 ‘저는 국회의원이 아니다’라고 유족들에게 말한 것에 대해 “지난 몇 년 동안 국회가 싸웠다는 말씀을 (유족들이) 하시길래 그것에 대해서 답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가족을 만나러 다시 방문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선 “나중에 생각하겠다”고 답했다. 이 전 총리 쪽 한 인사는 “‘지금 현직이 아니다’라는 발언은 책임 회피가 아닌 평소 해오던 겸손한 취지의 발언이었다”며 “조용히 조문만 하고 오려던 것인데 실수로 방문 사실이 알려져 유족들이 기대했던 내용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유족들과 말다툼을 했다는 식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야권은 이 전 총리가 유가족과 나눈 대화 내용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 “논리적으로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왜 이리 소름이 돋나”라며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정치인의 전형, 이성만 있고 눈물은 없는 정치의 진수를 본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전 총리가 현직 총리로 재직하던 시절,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장례식장에서 보인 눈물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눈물을 참으며 읽은 기념사,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보인 눈물을 기억한다”며 “그 눈물들은 현직 총리로서 흘린 눈물이었나 보다. 눈물도 현직과 전직은 다른가 보다”라고 썼다.
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전 총리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 ‘오만한 민주당 버릇을 잡아놓겠다’고 국민 앞에 다짐했는데, 자신도 오만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라고 비판했다. 미래한국당 조수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민주당이 황교안 당시 총리를 향해 내놓은 논평을 인용하며 이 전 총리를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이 전 총리가 즉답을 피하면서 내놓은 발언들이 화제다. 즉답이 없다는 이유로 야당 시절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름장어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교묘히 빠져나갈 생각만 하고 있다’, ‘국정은 총체적 난국이지만 대통령 코스프레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대권 놀음은 그만두고 민생과 국정 혼란을 수습하는 데 전념하길 바란다’고 했다”고 몰아붙였다. 민생당 정우식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낙연 당선자의 알맹이 없는 조문으로 유가족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것”이라며 “이 당선자가 유가족들에게 대응한 처사는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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