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3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좌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임 ‘광화문포럼’이 40여명의 의원이 참여하는 ‘조찬 공부모임’으로 몸집을 불리며 재정비에 나섰다. 대권을 둘러싼 잠재적 경쟁자인 이낙연 전 총리의 8월 전당대회 출마가 확실해지면서, 당내 기반이 탄탄한 정 총리 쪽이 다소 느슨해진 조직의 고삐를 다잡는 모양새다.
15대부터 20대 국회까지 6선을 지낸 정 총리는 17대 국회부터 ‘서강포럼’이라는 이름으로 공부모임을 주도하다가 20대 국회 들어 광화문포럼으로 이름을 바꾸고 활동해왔다. 광화문포럼에 속한 한 민주당 의원은 3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래전부터 느슨하게 이어오던 공부모임인데 21대 국회 시작하면서 개편하기로 했다. 6월부터 정기·비정기로 주요 현안이 있을 때 조찬 공부모임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래 서강포럼부터 20대 광화문포럼까지 20여명 정도가 활동해왔다”며 “이번에 초선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면서 광화문포럼에 40여명 정도가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정 총리가 2011년 대선 행보를 공식화하며 출범시켰다가 해산한 싱크탱크 ‘통합과 연대, 실천으로 여는 국민시대'(국민시대) 쪽 인사들 일부도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안팎에선 20대 국회를 마지막으로 여의도를 떠나는 정 총리가 앞으로 광화문포럼을 중심으로 정치권과 접점을 넓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선 선호도 조사 1위를 달리는 이 전 총리의 경우 당내 세력이 취약한 반면, 정 총리는 그동안 세차례 당대표를 지내면서 당내 ‘에스케이(SK)계’라고 알려진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고 있다. 대선을 염두에 두고 당권을 향해 달려가는 이 전 총리로선, 정 총리 쪽의 결집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총리 쪽은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광화문포럼을 대선을 위한 계파 모임으로 보는 시각은 과하다”는 것이다. 정 총리와 가까운 한 의원도 “광화문포럼은 ‘정세균 대선모임’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의원 공부모임”이라며 “정 총리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총리직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할 뿐 대선 언급은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7일 민주당 당선자 워크숍 때 당권 출마를 공식화한 이후로는 움직임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전당대회 3개월 전에 출마 선언을 한 전례가 없다”며 말을 아낀다. 최근 당대표와 함께 선출되는 최고위원 임기를 규정한 당헌 조항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데, 섣불리 나섰다가 자칫 논란에 휘말려 경쟁자들을 자극할 것도 우려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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