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판도라의 상자’ 열린 21대 국회 상임위 배정…
민주당 환호·탄식·허탈 속 ‘부엉이모임’ 홀대론도 ‘솔솔’
‘판도라의 상자’ 열린 21대 국회 상임위 배정…
민주당 환호·탄식·허탈 속 ‘부엉이모임’ 홀대론도 ‘솔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법사위원장에 내정된 윤호중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해철 주도 ‘부엉이모임’ 홀대론? 부동산에 예민한 서울 목동을 지역구로 둔 황희 의원은 국방위원회로 배치됐습니다. 국방위는 중요한 상임위임에도 지역구 관리에 도움이 안 돼 의원들이 ‘꺼리는’ 상임위로 여겨져 왔습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지원자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비례대표) 의원 1명에 그칠 정도였으니까요. 민주당 민홍철 국방위원장을 포함해 17명의 국방위원 중 민주당 몫은 총 10명입니다.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 의원도 지난 20대 국회에 이어 또다시 국방위로 배정됐습니다. (▶관련기사 보기 : 군 출신도 꺼리는 국방위, 왜 인기없는 상임위가 됐을까요) 21대 국회에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국토교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무위원회는 인기 상임위였습니다. 이번에도 민주당 의원 절반 정도가 이 세 곳 상임위에 지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 지역에서는 의원들이 한데 모여 인기 상임위를 중복 지원하지 말고, 지역에 필요한 상임위를 각각 나눠서 지원하기로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의원이 7명인 피케이(PK·부산경남) 지역이 대표적인데요. 최인호(부산 사하구갑) 의원이 국토위, 전재수(북구강서구갑) 의원이 정무위 등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최인호 의원이 정작 배정받은 곳은 국토위가 아닌 농해수위였습니다. 피케이 지역 의원들은 지난 10일 김태년 원내대표를 찾아가 “국토위에 영남 의원이 한명도 배치되지 않으면 홀대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선, 지방선거 준비하려면 국토위 관련된 공약이 제일 많을 수밖에 없다. 낙선자라도 챙겨줘야 할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이 제일 많은데 영남에서 창구가 없으면 홀대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이들이 친문 의원들의 모임인 ‘부엉이모임’ 소속이라는 데 주목하기도 합니다. 부엉이모임의 주요 멤버인 전해철 의원은 지난 5월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와 경쟁했습니다. 이 때문에 전 의원의 원내대표 선거를 도왔던 부엉이모임 소속 의원들이 홀대를 받은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정성호(왼쪽부터), 전해철, 김태년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 중인 최강욱, 법사위로 교체는 어려워 이 외에도 남북관계를 다루는 외교통일위원회는 중진들이 대거 포진했습니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을 포함해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외통위를 배정받았습니다. 다만 초선 중에는 윤건영 의원이 유일한데요. 윤 의원은 외통위 배정을 강력하게 희망해왔다고 합니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1순위로 신청한 외통위를 배정받았다. 외통위를 지원한 이유는 대북특사로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 구축과 평화경제의 실현 때문”이라며 “상임위 활동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원내지도부도 이런 윤 의원의 강한 의지를 고려해 외통위에 그를 배정했습니다. 이번 상임위 배정에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재판 중인 의원들이 어디에 배정받을 지였습니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나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모두 법사위를 강력하게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황 의원은 산자위에, 최 의원은 국토교통위로 배정됐습니다. 원내교섭단체 아닌 소수정당의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 권한은 국회의장이 갖고 있는데, 박병석 국회의장은 최강욱 의원 대신 같은 당의 김진애 의원을 법사위에 배정했습니다. 일부에서는 같은 당내 의원들끼리 상임위를 바꾸는 사보임을 하면 되지 않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교섭단체의 경우 사실상 원내대표가 사보임 권한을 갖고 있어 같은 당내 의원들끼리 상임위를 맞바꿀 수 있지만, 비교섭단체는 의장에게 사보임 권한이 있어서 의원들이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번 상임위 배정에는 재판 받는 의원들을 법사위에 배정해 괜한 오해를 만들지 않겠다는 박병석 의장의 의지가 담겨 있어 이들의 ‘바람’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낮아 보입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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