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충북 보은군 속리산 법주사 경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이번주 중 국회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선 “야당 몫 상임위원장 전부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국회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당장은 아니지만 이번주 중에는 가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자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며 원내대표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칩거에 들어갔다. 일주일 넘게 전국 사찰을 돌며 마음을 추스르던 주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 당시 속리산 법주사에 머무르고 있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복귀 뒤 상임위원회 등 의사일정을 정상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바로 가동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상임위원장은 다 포기하고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국민만 보고 (국회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선출을 강행하면서 정무위원장, 국토교통위원장 등 ‘실속’ 상임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제시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통합당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강제배정한 상임위원들의 사임 절차를 밟는 한편, 새 상임위원 명단을 박 의장에게 제출하면서 원내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가 국회 복귀를 결심한 데는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안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외교통일위원회 등 국회 상임위를 보이콧하는 대신 자체 외교안보특별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지만 국가적 위기 상황에 국회 업무를 비우고 있다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가운데 추경안 심의가 지체되는 부담도 만만찮았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주 원내대표를 찾아가 국회 복귀를 강하게 설득했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가 법주사 경내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진을 공개하며 주말 사이 통합당 지도부가 국회 등원 전략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수석은 “주 원내대표가 그간 고민과 마음고생 탓에 얼굴은 조금 상한 듯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여유있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도 조속한 원내 복귀를 요구하며 통합당을 압박했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코로나19와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로 인한 경제·안보 위기 상황은 더할 수 없이 엄중한 상황이다. 이번주 안으로 국회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하고 3차 추경안 심사를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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