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비상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은 뒤 회의장에 박수를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9일 만에 국회로 복귀한 제1야당 원내대표의 일성은 “우리 없이 여당 마음껏 해보라”였다. 상임위원 명단도 제출하지 않겠다고 했다. 몸만 국회로 돌아왔을 뿐, 사의를 밝히고 잠행에 들어가던 당시와 달라진 게 없다.
미래통합당의 요구는 더불어민주당이 가져간 법제사법위원장을 도로 내달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받아줄 리 없다는 것도 통합당은 안다. 민주당은 일단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해 당장 급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부터 끝낸 뒤 상임위원장 일부를 통합당 몫으로 다시 떼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은 ‘오만’ ‘독주’ 프레임을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한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재신임을 받은 뒤 “총선에서 이긴 여당이 처음부터 ‘당신들 의사는 반영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렇게 해보라”며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우리 요구를 들어주고 협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상임위원 명단 제출도 거부했다. 상임위를 열어 추경안 심사를 진행하려면 국회의장이 통합당 의원들을 모든 상임위에 강제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합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제1야당 의원 모두를 상임위에 강제 배정하는 건 저쪽(여당)에도 큰 부담이다. 몹시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주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과도 면담했다. ‘화면 만들기’용 성격이 짙었다. 그랬으니 면담 뒤 그에게서 나온 말 또한 공허했다. “의장께서 원활한 원 구성을 위해 여야가 더 진지하게 협의하고 노력해달라는 말씀이 계셨다. 3차 추경안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우리는 원 구성을 위해 의장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통합당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도 요구했다. 사건들의 머리글자를 조합해 ‘한유라’ 사건이라고 이름 붙였다.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여당에 대한 공세 카드로는 맞춤한 것들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가 아직 위원 배정이 이뤄지지 않은 11개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구성을 완결 짓기 위해 26일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18개 상임위원장 전부를 독식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뒤 통합당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심산이다. 통합당도 민주당도 ‘치킨게임’ 모드다.
장나래 정환봉 기자
wing@hani.co.kr